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야당도 “부적절"

‘민들레’, 유가족 동의-확인 없이 155명 명단 일방적 공개

기사승인 2022-11-14 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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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야당도 “부적절
지난 8일 오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거리를 찾은 한 수녀가 희생자를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신생 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희생자 유가족의 동의와 확인을 일절 거치지 않은 채 155명의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논란이다. 한때 명단공개를 검토했던 야당은 물론 정치계를 비롯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2차 가해’라며 비판이 거세다.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을 표방하며 15일 0시 창간을 앞둔 신생 매체 민들레는 14일 온라인 머리기사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155명 공개합니다’에서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문제는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썼다.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야당도 “부적절

정치계는 2차 가해라며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분명한 2차 가해"라며 "2차 가해도 언론의 자유라고 보장해줘야 하는가? 이건 자유의 영역이 아닌 폭력이고 유족의 권리마저 빼앗은 무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도대체 목적이 무언데, 어떤 권리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을 기회조차 박탈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유가족의 동의 없이 명단들이 공개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족은 민주당 지도부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 회의에서 "진실 규명에 정부·여당이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 하나"라고 핼러윈 참사 희생자 이름과 얼굴 공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침몰'과 '촛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며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이나 언론이 먼저 나설 것이 아니라 유가족이 결정할 문제라고 몇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번 명단 공개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리고 유가족의 상처가 더 깊어지지 않도록 많은 언론과 국민들께서 함께 도와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으나 비판이 대다수였다. 네티즌들은 “노이즈마케팅 하려는 거냐”, “희생자와 유가족은 제3자고 지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하고 있다”, “유가족분들이 명단공개 반대했는데,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가 뭐죠? 더 정치적으로 끌어들이고, 다루려고?”, “무슨 권리로 공개를 한 건가요?”, “저 젊은이들의 죽음을 어떤 권리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3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사망자가 1명 늘어 모두 158명이 됐다고 밝혔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