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10월 25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대군인처(한국의 보훈처)를 제대군인부로 승격하는 법안, 일명 ‘보훈처법(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Act)’에 직접 서명했다.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와 국민들에 보훈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기조에 따라 재정 감축 속에서도 제대군인처를 연방정부의 14번째 내각급 부서로 승격시키며 보훈의 위상을 크게 강화한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워싱턴DC 포트멕네어 기지 내 국방대에서 열린 법안 서명식에서 “미국 군복을 입고 복무한 모든 사람들은 국민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 법안은 미국의 전투를 견뎌낸 사람들, 자유의 국경을 수호한 사람들, 전쟁과 평화에서 우리나라의 안보를 지켜온 사람들에게 그들이 오랫동안 받아 마땅한 것을 준다”고 의미를 밝혔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보훈처를 보훈부로 승격하고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공포안에 서명했다. 보훈 관련 인사 20여 명이 윤 대통령을 둘러싸고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지난달 28일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국가보훈처는 창설 62년 만에 부(部)로 승격하게 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제대군인부 승격 서명식을 참고해, 미국처럼 최고 수준의 보훈 제도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 국가의 품격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대한민국의 부름에 응답한 분들을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눈부신 번영은 호국영웅들이 목숨 걸고 자유를 수호한 결과라며, 국가보훈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 존중받고 예우 받는 보훈 문화의 확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호국영웅들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책임 있게 예우할 것이라며, 호국영웅들께서 온몸으로 지켰던 자유의 정신을 더욱 소중하게 지켜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 핵심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보훈부와 재외동포청 신설은 조국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자 국가와 국민을 향한 약속이다. 오늘로써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는 더욱 깊게 뿌리 내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참석자 전원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한 대통령은 참석한 보훈가족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미래세대를 위한 보훈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고, 어르신들에게도 오랫동안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건넸다.

특히 1965년 파월 장병 훈련 중 이등병이 잘못 흘린 수류탄을 몸으로 막아 산화하신 고 강재구 소령의 배우자 온영순 여사, 아들 강병훈님과 인사를 나누며 “64년에 태어나신 아드님이 1년 만에 아버님을 떠나보내게 되어 상심이 크셨겠다”고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서명식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신범철 국방부 차관,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조지호 경찰청 차장, 남화영 소방청 차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이 함께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제복근무자를 대표해 전북지방경찰청 최영희 경정, 튀르키예 대지진 해외긴급구호대로 참여한 중앙119구조본부 박종복 소방경, 2021년 2월 경북 경주 해상 어선 전복 사고시 에어포켓에 있던 선원 1명을 극적으로 구조한 포항해양경찰서 이장연 경위, 부녀 교정공무원인 법무부 교정본부 김효은 교위 등도 참석했다.

재외동포청 초청 인사로는 재외동포 권익신장을 위한 입법활동을 적극 전개한 김석기 국회의원, 세계 한인 네트워크 구축에 기여한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상임대표, 재외동포사회 교류협력 증진에 기여한 이영근 재외동포재단 기획이사가 함께 했다.
국가보훈부와 재외동포청은 오는 6월 정식 출범한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