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애증의 관계로 자주 표현한다. 가까운 이웃이어서 교류가 빈번했음에도 침략, 도적질 등 과거사 감정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는 일본을 ‘협력적 동반자’로 관계를 규정한 반면 지난 문재인 정부는 죽창가 등이 등장하며 ‘혐일’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정치권 진영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 설정이 국과 극이다. 과연 20~30대 MZ세대들은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 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3·1 만세운동으로부터) 10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 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되게 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극우 꼴통”, “매국노 이완용” 등 원색적인 성토가 쏟아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매국노 이완용과 윤 대통령의 말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일제의 강점과 지배를 합리화하는 식민사관”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것을 두고도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에 대한 해법은 어디에도 없는데, 이 사실을 윤석열 정부만 필사적으로 모른 척한다”며 “결국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對)일본 굴종 외교만 재확인한 셈”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순국선열과 독립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부정하는 3·1절 기념사에 대해 지금이라도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표하며 반박했다. 안보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한일 간 협력을 강조한 것이 기념사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일 관계는 늘 과거도 있고, 현재도 있고, 미래도 있지 않으냐. 모든 게 함께 얽혀 있는데 양국 국민은 과거보다 미래를 보고 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비판에 정략적 의도가 숨어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에는 두 세력이 있는 거 같다. 한쪽은 어떻게든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세력, 또 하나는 어떻게든 반일 감정과 혐한 감정을 이용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며 “과연 어느 쪽이 좀 더 국가 이익을 위해 고민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는 세력인지 현명한 국민들이 잘 판단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일본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협력 파트너’ VS ‘적대적 파트너’로 극명하게 이분법적으로 갈린 채 본인들의 시각을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이분법적 시각에 대해 20~30대 MZ세대들은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들을 던져 보았다.
Q. 당신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치권에서 일본에 대해 적대적 국가, 협력 파트너 ‘이분법적 인식’으로 나누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최근 10~20대 사이에선 반일감정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문화적 교류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적대적 국가’라는 인식은 옅어지는 추세다. 나 또한 현재 일본이라는 나라에 적개심은 없다. 게다가 일본은 향후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필수로 맺어야 하는 나라이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이분법적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은 확실히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가 있고, 여전히 일제시대 잔재가 남아있으며, 그 아픔을 기억하는 세대와 함께하고 있음을 정부 또한 기억해야 한다.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특정 국가를 협력 또는 적대의 대상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외교는 자국의 이익 최대화를 목표로 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다. 국제정세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국가 간의 관계는 유동적으로 정립될 수 있다. 일본이란 국가도 외교 전략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력이나 적대 등의 단어로 특정 국가와의 관계를 확정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본다. 이분법적 사고는 국제정세라는 복합적 논리를 다 담지 못한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이웃 나라, 넘어서야 할 나라. 동시에 적대적 국가이자 협력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한 충분한 반성 없이는 온전하고 신뢰 있는 협력 파트너로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정치권에서 인식이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은 어느 정도 서로 간의 정치적 전략이 끼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악으로 규정하여 유권자를 모으려는 전략으로 읽히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사과 없이 진짜 협력 파트너로 나아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스스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부정적, 긍정적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해 이분법적인 사고를 갖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정치권이라면 이러한 사고방식은 더욱 민감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외교는 늘 복합적이고 유동적인 분야인 것 같다. 과거의 관계가 어땠든 당장 내일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특정 국가를 이분법적으로 정의내리고 그 정의를 전제로만 대하는 것은 개인적인 사상으로서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정치적, 외교적 입장으로는 대단히 성급하고 영리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H씨(21세)= 일본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어쩌면 한국 사회에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강제 징용, 위안부 등 아직까지도 사과 받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일본을 두고 이분법적 인식으로 나누는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본다. 결국, 국민들을 둘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여진다.
J씨(24세)= 잘 모르겠다. 정치는 겉으로 보기에 한국과 비슷한 것 같다. 네임콜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사회는 분리할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사회문화적으로 긴밀해 '적대적'이라 표현하는 것이 불가하다. ‘협력 파트너’가 한국의 탈식민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의 종결을 의미한다면 이 또한 마찬가지이다.
Q.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인 22년 기념사에서도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큰 맥락에서 ‘협력 파트너’라는 외교적 표현이 필요했을지 몰라도, 3.1절 기념사에서 내세울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강제동원 피해자가 생존하고, 그 아픔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3.1절은 순국선열의 정신과 과거 조국을 위해 뼈아픈 희생을 감내한 조상을 기리는 자리가 아니었던가.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첫 번째 질문의 답과 연결된다. 대통령은 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정치와 국내정치를 모두 고려해 이뤄져야 마땅하다. 국제정치(또는 ‘외교’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의 측면에서 ‘협력 파트너’라는 규정은 자칫 타 국가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단정적인 언사로, 국내 정치의 측면에선 국민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언사로 비칠 거 같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3.1기념사로는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일본을 전략적으로 협력 파트너로서 염두에 두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언행을 통해 이를 표현하는 것은 앞서 1번에서 말했듯 성급하고 영리하지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또 하필 그 자리가 3.1절 기념사였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발언은 일절 배제하고 그저 일본이 앞으로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는 점만 강조한 이번 기념사는 마치 한일외교의 주도권을 일본에 쥐어주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대통령의 잘못된 언행이었다고 생각한다.
H씨(21세)=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H씨(21세)=
J씨(24세)= 일제 강제 동원 문제를 일본과의 협상 카드로 쓸 생각인 것 같다. 3.1절 기념사를 이렇게 활용할 생각을 했다는 것에 놀랐다. 다만 발화자는 자신이 한 말의 의미를 모를 것 같다.
Q.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사실 일본이 점차 협력 파트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말을 굳이 삼일절에서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삼일절의 의의에 대해서는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개별적으로 국제정세를 고려하여 할 수 있는 말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정부이자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감정을 고려하여 그 발언을 피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H씨(21세)= 3월 1일은 모든 국민들이 기념해야 할 날이다.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일본의 탄압에서 벗어나 독립을 외친 날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하는 중요한 날의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칭한 것은 독립을 위해 목숨을 잃은 국민들을 먹칠하는 발언이다. 묵념의 시간과 감사함을 표해도 부족한 날이기 때문이다.
J씨(24세)= 지난해 여름 전범 기업이 강제 동원 피해 배상을 거부하자 정부는 피해자 측의 반대에도 민관 협의회를 만들어 대위변제안을 추진했다. 이를 보며 정부가 일제 강제 동원 문제를 그들이 말하는 '관계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3.1절 기념사도 같은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Q. 비판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반일감정을 이용해 정치적 반사이익 얻으려는 세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념사에서 ‘협력 파트너’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해명으론 뿔난 민심을 설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3.1기념사에서 ‘세계사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고통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과거 피해국가인 한국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석된다. 일본 과거사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적절치 못한 반박이라고 생각한다.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동감한다. 민족감정이 정치에 동원된 역사는 길다.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발언이 정치계에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감정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대통령의 패착으로 여겨진다. 무분별한 비난이 합당한 건 아니나, 국민정서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할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 관계’로 규정한 것도 섣부른 행보였다고 여겨진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정치적으로는 당연히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잘못을 인정하게 되면 유권자와 지지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반일감정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세력이 있다고 하며, 그것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감정에 반하는, 변명처럼 보이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대부분이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사과 없이는 일본을 적대적국가로 평가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반일감정을 이용하고 반일감정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존재한다. 다만 대통령실의 반박은 대통령의 언행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저 남탓하기 바쁜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H씨(21세)= 윤대통령 발언이 가져온 논란의 핵심보다는 책임회피 또는 정당 갈등을 조장하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분노한 감정의 이유를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J씨(24세)= 물론 그런 집단은 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비판이 평소보다 거세다는 것은 비판의 주체가 그들만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들이 얻을 것보다 이번 발언을 통해 정부가 얻으려는 것이 더 크고 위험하다. 또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년에도 똑같이 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Q. 이번 기념사를 두고 일본, 미국 등 국제에서는 긍정적인 평가 나왔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미국과 일본은 이번 기념사를 통해 한미일 공조 링크가 견고해질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 연결고리를 중국의 패권을 저지할 전략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실제로 중국이 윤 대통령의 친일 발언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대만을 포함한 한, 미, 일은 칩4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동맹국간 분열이 달갑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이번 기념사가 한일관계 갈등 봉합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일본의 반응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호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국가를 굳이 배척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긍정적 평가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견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에서 사회주의 국가를 저지하는 최전선에 있다.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가 안정돼야 미국의 체제경쟁이 유리해진다. 결국 3.1절 기념사에 대해 긍정의 메시지를 낸 건 미국의 이익을 생각한 전략적 고려라고 생각한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이 과거 침략적 행위에 대해 알아서 숙이고 말 잘 듣는 한국을 어찌 안 좋아하겠는가싶다. 또한, 중국과 미국의 신냉전 사이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의 동맹 관계를 탄탄하게 이어나가고 싶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의 정상들이 사이가 안 좋다면 동맹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국제적인 체제경쟁을 전제로 했을 때 일본에 대한 한국의 우호적 발언이 미국과 일본에게는 호재처럼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H씨(21세)= 해외에서는 위 발언이 미래지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제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이유는 한국의 입장보다 일본의 입장을 중요하게 생각한 발언이었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이 아닌 중국 같은 경우는 위 연설을 두고 아첨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J씨(24세)= 당연한 일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알아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하니 좋고 미국은 두 국가 모두와 우방국이고 중국도 견제할 수 있으니 좋다. 중국이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Q. 지난 정부는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이 반성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돼 수출규제 등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본 바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과거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청에도 거절 의사를 확실히 밝혔던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의 아젠다 중 하나가 친일청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때문에 지난 정부의 3.1절 기념사는 당의 방향성에도 적합했으며, 정치적으로 내부 지지층을 결집하는 역할도 이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과거 일본의 만행을 지적하고, 국민의 아픔에 동감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우호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으니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을 비판한 3.1 기념사 이후 한일관계 외교에 대한 대책이 없었음은 아쉽다. 일본의 반응을 예상하고 그에 따른 방안을 준비했어야 했다. 외교부에서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일본의 반성에 초점을 맞춘 것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치를 생각한다면 합리적인 발언이라 여겨진다. 다만 수출 규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 발언이 어떤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충분히 고려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뒀으면 좋았을 것 같다.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한발 더 나아간다면 수출규제를 통해 일본시장에 의존하고 있던 물품들의 국산화 작업을 추진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말 한마디의 무게를 알아야 한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 정상의 생각이 다를 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정치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일본의 여러 국제적 규제에 한국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하고 가까운 사이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규제가 치사하지만,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국제정세 상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3,1절에는 완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그만큼 일본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었던 것 같다. 어느 정부가 어떤 발언을 하든 그 언행에 대한 영향을 최대한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선에서 발언들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억울한 면이 있지만 외교 관계와 정세는 그만큼 냉정하고 차가운 분야인 것 같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는 것 역시 외교적으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보상받고 사과 받아야 할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는데 그저 일본의 반응에 종속되어서 해결해야할 문제들을 배제한 상태로 우호적인 관계만을 쌓아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이는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H씨(21세)=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라고 소개했다고 해서 일본과의 경제적 이득이 꾸준하게 큰 폭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것 같지는 않다. 연설 이후 잠깐은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으나 점차 주춤할 것이다.
J씨(24세)= 그 두 가지는 연결지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한 반성을 요구해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보았다고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의 발언이 국가를 입장을 대변한다고 해서 3.1절 기념사가 일본과의 외교를 위한 것은 아니다.
Q. 앞으로 한일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우호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국민들도 한일관계가 얼어붙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한일 외교에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일본의 공식적인 사과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더해서, 양국이 수평적 관계를 이루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무조건 저자세로 나서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국민감정을 배제하면 안 된다. 결국 균형이다. 모호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선 균형을 맞춰가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당장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한 동맹관계지만 결국에는 신뢰 있는 동맹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중간의 신냉전 체제 속에서 한-미-일 동맹을 당장에 내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 서로 간의 진실 된 대화가 계속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일본의 지속적이고 진실 된 사과를 받아내게 되면 서로가 지금보다는 좋은 감정을 공유하는 신뢰 있는 동맹 관계로 나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한일간 지닌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때까지 일본에게 어느 정도 완강한 태도를 보였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지금까지 보인 일본의 태도를 바탕으로 한국이 먼저 우호적 관계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행동하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만 정치 외적인 측면에서는 한일관계가 더욱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본 지인들과의 교류가 많은 편인데 요즘 10대, 20대 일본인 대부분이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전해 들어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한국문화에 매료되어 지내는 일본의 젊은층들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국민간의 우호관계를 바탕으로 정치적으로도 양측이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H씨(21세)= 한일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빠른 성장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순위를 높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 우리나라와 일본이 서로 득을 볼 수 있는 기브앤테이크가 이루어져야 하며 외교에 있어서도 마찰이 덜 할 것이라고 본다.
J씨(24세)= 3.1절 기념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부 간의 협정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의 정확한 목적이 무엇인지 몰라도 일본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주고 있는 것에 상응하기를 바란다.
Q. 특히 3.1절 기념사에서 양국 간 협치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보는가, 혹은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보시나요?
심하연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집행위원= 어려운 문제다. 3.1절은 향후 일본과의 관계 암시 메시지를 남길 수 있음과 동시에 우리 국민이 뼈아픈 상처를 상기하는 날이기도 하다.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워야 하며, 균형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매년 과거의 아픔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만 밀어붙여서도 안 된다. 공식적인 사과가 선행된다면 충분히 우호적인 외교관계가 맺어질 수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또, 3.1절 기념사가 국민들에게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야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은서 대학알리 편집국장= 지금으로선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규제 또는 비판적 메시지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게 긴 시간 묵어온 국민감정을 풀어가는 것보다 용이하지 않겠는가. 도덕적 관점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는 내는 게 합당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김연준 대학알리 대표= 3.1절만큼은 기념사에 대해 엄격한 태도로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치에 대한 매시지는 한일 수교협정 기념식 등 다른 행사에서 내야 할 매세지라고 생각한다. 3.1절 기념사에서 우리가 끈질기게 일본의 진실 된 사과를 요구하지 않고 굽히는 태도를 보인다면 앞으로도 우리를 이용하고 착취하려 들 수 있다. 또한, 결국 사과를 받아내는 것이 앞으로의 세대가 더욱 긍정적인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3.1절을 단순히 쉬는 날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진정한 의의를 계속해서 국민들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정부가 기념사 등에서 먼저 나서면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재윤 대학알리 사무국장= 과거에 대한 여러 문제들이 합의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일정 부분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비판적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H씨(21세)= 둘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과거사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보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예 기념사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일본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의 주권을 지킨 날을 기념한다고만 언급하는 것이다.
J씨(24세)= 둘 다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꼭 선택해야 한다고 해도 어떤 것을 선택했을 때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 예측할 수 없어 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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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3월 쿠키뉴스가 의뢰하고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이 한미 외교강화와 한일 외교관계 회복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겼다. 반면 일본과의 외교 관계에서는 회복은 필요하지만 일본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새 정부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69.6%(매우 필요하다 29.0%, 어느 정도 필요하다 40.6%)로 불필요하다 26.3%(별로 필요하지 않다 17.0%, 전혀 필요하지 않다 9.3%)에 비해 2배가 넘는 43.3%p가 높았다. 잘 모름‧무응답은 4.1%로 집계됐다. 이는 오차범위 밖이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에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제일 높은 연령은 60대 이상(84.1%)이다. 뒤를 이어 18~29세 71.8%, 50대 67.1%, 30대 62.2%, 40대 52.6% 순으로 나타났다.
정치 성향에서도 보수 82.3%, 중도 70.2% 진보 52.7%로 모두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면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같은 응답자들에게 ‘한국과 일본 관계 개선을 할 경우 어느 나라의 입장이 먼저 변화해야 하냐’는 질문에 일본의 변화가 우선이라는 응답이 44.6%, 양국 모두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33.5%, 한국의 입장변화가 우선이라는 응답은 18.8%로 집계됐다. 잘 모름‧무응답은 3.1%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양국 입장 변화에 비해 일본의 입장 변화가 우선이라는 응답이 60대 이상 29.2%(vs 45.1%)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높은 순으로는 40대 58.2%(vs 23.3%), 30대 53.7%(vs 24.5%), 50대 48.5%(vs 34.5%), 18~29세 44.4%(vs 30.8%) 등이다. 이는 오차범위 밖이다.
지지 성향별로는 보수 지지층을 제외한 진보와 중도 지지층에서 일본의 입장 변화가 우선이라는 응답이 높았다. 진보 지지층은 58.9%로 양국 입장 변화 23.5%에 비해 약 2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중도층도 48.0%로 양국 입장 변화 32.1%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보수 지지층은 양국 입장 변화 응답이 42.6%로 일본 입장 변화 31.2%에 비해 높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조사방식(유선 전화면접 16.4% 무선 ARS 83.6% 무작위 RDD 추출)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6.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통계보정은 2022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리=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