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다 투자 선택한 Z세대, 금융사기 타깃으로②

자산 급등 경험한 20대, 투자 적극적
유튜브 보며 투자, 금융사기 피해 노출
작업대출에 형사처벌 위기까지
금융교육 강화하고, 무리한 수익 피해야

기사승인 2023-03-18 06: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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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보다 투자 선택한 Z세대, 금융사기 타깃으로②
쿠키뉴스DB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 친숙하고 투자에 적극적인 Z세대를 겨냥한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금융사기는 Z세대의 소통창구가 되는 유튜브와 SNS를 적극 활용해 젊은 층의 돈을 편취하거나 그들을 신용불량이라는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있다. 불안한 미래에 투자를 강요받고 있는 청년들이 금융사기의 타깃으로 전락하는 상황이다.

함정이 돼버린 유튜브

Z세대에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생활필수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대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95.9%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10대와 30대는 90%대의 이용률을 보였으며, 40대부터 연령대가 높을수록 서비스 이용률이 낮아진다. 그 가운데 유튜브가 66.1%로 20대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이다.

소위 ‘서학개미’가 되어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코인 투자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20대는 투자 정보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 얻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최근 일주일 내 정보 탐색 시 이용한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20대 응답자의 85.2%는 유튜브를 이용했다고 답변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도 각각 80.8%와 74.1%로 높은 응답비율을 보였다.

하지만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금융사기가 최근 속출하고 있다. 피해자 A씨는 최근 유튜브 영상을 보고 300만원을 투자했다. 영상에서는 300만원 이상을 투자하면 4개월 후 토지거래로 2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A씨는 이를 믿고 돈을 송금했지만 이후 해당 업체는 수익금은 물론 원금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전화도 받지 않은 상태다.

유튜브에서 안전자산이라며 골드 투자를 부추겨 돈을 편취한 사례도 있다. 피해자 B씨는 유튜브 영상에서 금 거래를 통해 하루 최소 2%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영상에 현혹됐다. 영상에서는 금 거래소의 국가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씨 역시 이를 믿고 돈을 투자했지만 이후 해당 업체는 연락이 두절됐다.

○○경제TV 또는 ○○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언론사‧투자업체와 유사한 이름을 사용하며 투자전문방송 또는 투자전문가를 가장 사례도 많다. 이들은 허위 사업자등록증과 통장의 가짜 수익금을 보여주며 주식리딩방으로 사람들을 꾀어내 상담비나 대리투자 등 명목으로 투자금을 편취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사례도 있다.

금융감독원 김경환 불법사금융대응 2팀장은 “젊은 친구들은 SNS나 유튜브 노출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통해 투자를 권유하는 것들은 사실 대부분 의심을 해봐야 한다”며 “원금 보장이나 몇 퍼센트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더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코인과 관련해 상장할 경우 높은 차익을 보장하는 경우에는 구십 프로 이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보다 투자 선택한 Z세대, 금융사기 타깃으로②
유튜브에서 빠르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투자자를 모집하는 한 영상.   유튜브 캡처

돈 없어? 그럼 대출받아

Z세대를 노린 금융사기 피해는 단순히 원금손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돈이 없는 경우 대출받게 만들고 대출받은 돈을 받고 잠적해 청년들을 결국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상황이다. 특히 피해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사례도 있다.

피해자 C씨는 매월 일정 수익 보장하는 한 업체의 코인투자 방송을 봤다. 이에 투자를 고민했으나 돈이 부족했던 그에게 업체 담당자는 대출을 권유했고, 대출중개인까지 소개해줬다. 대출중개인은 무직자였던 C씨에게 특정 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저축은행에서 500만원을 대출받게 했다. C씨는 이를 코인투자 업체에 송금했지만 이후 해당 업체는 잠적했다.

C씨는 저축은행의 500만원을 상환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상황이다. 억울한 점은 작업대출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사문서 위·변조 등으로 이루어지는 사기성 대출인 작업대출에 연루될 경우 대출신청자도 단순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더욱이 위·변조 자료를 금융회사에 제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금융거래에 제한받게 되며, 취업에도 불이익을 받는다.

청년 연대은행 ‘디딤’ 관계자는 작업대출과 관련해 “서류를 조작해서 대부업체에서 대출받게 하거나 핸드폰 여러 개 만들어서 소위 ‘핸드폰 깡’으로 대출받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대출자도 범죄자로 연루되는 경우가 있어 청년들이 신고하기를 주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피해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해 주는 곳도 없다”며 “이제는 이런 피해에 대해 구제할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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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강화에, 욕심 내려놔야

Z세대의 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0년 실시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결과를 보면 청년층(18~29세) 금융이해력 점수는 64.7점으로 평균(66.8점)보다 낮다. 이후 금융교육에 대한 인식이 강화됐으나 여전히 금융교육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현재 금융은 우리 생활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금융산업의 성장과 함께 사람들의 금융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이 변종대출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은퇴세대들이 투자에 실패해 노후자금을 잃고 빈곤츤으올 전락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는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미 자녀들에게 학교 밖 금융교육을 하고 있어 금융교육 격차가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며 “교과과정에 금융교육을 신설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보다 국영수 등 기초영역에 자연스럽게 금융과 관련된 내용이 녹아들게 하여 아이들에게 돈과 경제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무리한 수익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젊은 층이 최근 2~3년간 부동산이나 증시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재테크 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수익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돼 금융사기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청년들도 무리한 수익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