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차·박, 그리고 김?

기사승인 2023-03-20 18: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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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차·박, 그리고 김?
승리 후 기뻐하는 김민재(가운데).   로이터 연합

한국 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뽑자면 단연 ‘손(흥민)·차(범근)·박(지성) 대전’이다. 손흥민, 차범근, 박지성 중 한국을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가 누구인지를 두고 매번 갑론을박을 펼친다. 많은 팬도 당사자들도 ‘누가 최고다’라고 답을 내지 못하지만, 이들 모두 한국 축구를 빛낸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축구팬들은 ‘손·차·박’을 이을 다음 선수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열에 아홉은 ‘괴물’ 김민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김민재, ‘수비 본고장’ 이탈리아까지 삼켰다

2017년 K리그 전북 현대에 입단한 김민재는 순식간에 한국 무대를 평정했다. 2017시즌에는 23세 이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과 K리그 베스트 일레븐을 동시 수상했고, 2018시즌에도 베스트 일레븐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1월 김민재는 전북에서 중국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하는 다소 예상치 못한 행보를 보여줬다. K리그를 평정한 김민재가 유럽 구단의 관심에도 중국으로 떠나자 ‘결국 발전보다 돈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김민재는 우려를 실력으로 불식시켰다. 중국 리그로 이적한 첫 시즌에 리그 베스트 11에 뽑혔고, 3시즌 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유럽 구단의 관심이 끊이지 않았다. 2021시즌을 앞두고는 튀르키예 명문 구단 페네르바체로 이적했다. 튀르키예에서도 김민재는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포함되는 기염을 토했고, 한 시즌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했다.

한국인 센터백이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프랑스)에서 뛰는 건 홍정호(전북 현대) 이후 처음이다. 홍정호는 2013년 9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FC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했다.

김민재는 수비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리그 27경기를 포함 36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수비 스탯도 뛰어나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김민재는 경기당 평균 3.8회의 클리어링, 1.5회의 태클 성공, 인터셉트 1.4회 등을 기록 중이다. 매 경기에서 80%가 넘는 패스 성공률과 공중볼 경합도 90%를 넘기고 있다.

이같은 활약에 힘입어 그는 지난해 9월에는 세리에A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민재의 활약에 힘입어 나폴리는 리그 최소 실점팀(26실점)에 올라있다. 

이탈리아 현지도 김민재의 활약에 연일 감탄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김민재를 두고 ‘철기둥’, 킹콩에도 빗댄 ‘킴(KIM) 콩’ 등으로 부르고 있다. 특히 나폴리 팬들은 올 시즌을 앞두고 떠난 팀의 전설적인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첼시)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할 정도다. 쿨리발리는 나폴리에서만 약 8시즌 동안 317경기를 월드클래스 선수다. 


손·차·박, 그리고 김?
상대와 볼 경합에서 이겨내는 김민재(왼쪽).   로이터 연합

이제는 빅클럽들이 원하는 김민재

세리에A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자 이제는 유럽 빅클럽들이 김민재 영입을 원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리버풀, 토트넘,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김민재를 확인하기 위해 스카우터를 보냈다는 보도가 몇 차례 나왔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의 오퍼가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을 정도로 김민재의 향후 행선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김민재가 빅클럽의 숱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저렴한 이적료가 책정됐기 때문이다. 

김민재의 바이아웃(선수와 바로 합의할 수 있는 이적 허용 금액) 조항은 다음해 7월1일부터 약 15일간만 발동되며, 수준은 5000만 유로(약 700억원)로 알려졌다. 최근 정상급 선수들의 이적료가 기본 1000억원을 넘는다는 걸 감안한다면 저렴하다는 평가가 따를 정도다.

나폴리도 김민재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폴리는 지난해 10월부터 김민재에게 계약 기간을 늘리고 바이아웃을 없애는 재계약을 추진 중이지만, 김민재는 아직 이를 수락하지 않은 상태다.

손·차·박, 그리고 김?
패스를 시도하는 김민재.   EPA 연합

김민재, 손·차·박 이을 선수될까

이미 한국에서는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는 김민재다. 전문가들은 모두 “수비수에게 필요한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극찬한다.

한국 역대 최고의 수비수라 평가받는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몇 차례 김민재를 두고 “시대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지만, 전체적인 수비 능력만 높고 본다면 나보다 낫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더 나아가 손·차·박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도 꼽히고 있다. 이전까지 한국인 센터백이 유럽 무대에서 활약을 펼친 적이 사실상 없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준희 쿠팡플레이 해설위원은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앞선 3명보다 유럽 생활을 오래 한 것은 아니기에 더 장기적으로 해야 할 것이 남아있지만, 지금 당장 아시아 센터백이 보여준 임팩트는 놀라운 수준”이라면서 “지금 같은 활약이 이어진다면 나중에 우리 축구사를 평가할 때 충분히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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