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 나의 외할아버지

정윤희의 문화민주주의(5) 우리 헌법 1조만 봐도...
사죄 받지 못하고 우리 정부 무관심 속 별세

기사승인 2023-03-23 15: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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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주권과 대통령의 역할을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헌법 제1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주길 부탁한다.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리더십이 아니었다.

한일문제를 풀어가는 진정성이 있었다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사적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낯선 땅에서 삶을 끝내야 했던 한이 서려 있는 곳, 일본군에게 끌려가 노역을 당했던 아픔이 있는 곳을 찾아가 애도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을 지켜줘야 했다.

오므라이스와 폭탄주만 남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역사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고인이 된 외할아버지는 일본의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다. 외할아버지처럼 스무 살이 안 된 나이에 강제노역으로 동원되거나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인권을 침탈당했던 피해자들에 대하여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정책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일제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 나의 외할아버지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마치고 브리핑룸을 떠나는 박진 외교부 장관. 사진=임형택 기자

외할아버지처럼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게 사죄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에서 힘없는 개인들은 무참하게 희생된다.

이러한 잘못된 역사와 구조를 바꾸는 일을 정치인들이 해야 하며, 한일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으로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정치권의 정쟁 속에서 피해자들은 주체가 되지 못하고 대상이 되어 시간이 지나면 관심에서 사라지고 만다.

2018년 대법원은 일본의 피고 기업들에게 강제동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다며 제3자 변제 방식을 내세웠다.

기시다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선반도에서 온 노동자들”이라고 표현했고, 일본은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강행하면서 시기를 에도시대로 한정하는 꼼수까지 보였는데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막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은 보이지 않는다.

역사학자 E.H.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진정한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은 제대로 된 역사 인식에서 시작한다. 또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한일관계가 열리는 길이다.

◇ 정윤희
책문화네트워크 대표이며 책문화생태학자이다. 문화콘텐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 경기도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전라북도 도서관위원회 위원, 한국출판학회 이사, 한국잡지협회 이사 및 한국미디어정책연구소장 등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정윤희의 책문화TV〉를 진행하고 있다. 제6기 대통령 소속 국가도서관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책문화생태론》, 《책문화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청소년 독서토론 교육 어떻게 해야 할까》, 《도서관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는가》 등을 썼다.

unigood73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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