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CS 사태에 커진 ‘돈맥경화’ 우려…보험업계 긴장

부동산PF 부실 우려↑…손해보험사 대출 잔액 증가
CS-UBS 합병, 채권 시장 악화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 쌓아야”

기사승인 2023-03-24 06: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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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CS 사태에 커진 ‘돈맥경화’ 우려…보험업계 긴장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벤처투자 전문 은행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스위스 투자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 여파가 국내 보험사에까지 미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와 채권 시장 악화라는 악재가 겹쳤다.

부동산 PF는 사업자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제2금융기관에서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는 금융기법이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동산PF가 경제 뇌관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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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부동산PF 투자 확대 나선 손보사들…“위험 제한적, 모니터링은 필요”

23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손해보험업권 부동산PF 대출 투자 잔액은 19조1000억원이다. 전체 운용자산의 6.7%를 차지한다. 손보업권의 부동산PF 대출 투자 잔액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9년 말 10조3000억원 △2020년 말 13조2000억원 △2021년 말 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보는 “손보사들의 부동산PF 대출은 신용보강 장치가 설정돼있어 손실 위험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손보사들은 2020년 이후 PF대출 투자를 급격히 확대함에 따라 사업 초기 단계 PF대출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침체 시 영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에 위치한 부동산PF 대출 사업장이 많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예보에 따르면 손보사 부동산PF 대출 사업장 37.5%가 지방에 위치한다. 지방사업장은 분양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때문에 예보는 부동산PF 관련 신용위험에 대한 지속 모니터링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별 부동 PF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3조원 이상인 보험사는 삼성생명(6조4846억원), 메리츠화재(5조9755억원), 교보생명(3조8721억원), DB손해보험(3조1518억원), 삼성화재(3조1163억원)이다. 부동산 PF 대출이 순대출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메리츠화재(72%), DB손보(25%), 교보생명 (17.7%), 삼성생명(12.1%), 삼성화재(11.7%)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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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조각 된 23조원 규모 CS 채권…시장 불안↑

뿐만 아니다. CS 합병 사태는 고금리와 채권 시장 악화를 초래했다. CS는 유동성 위기로 경쟁사인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 UBS에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400억원)에 매각됐다. 이 과정에서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CS가 발행한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Additional Tier 1, 코코본드)을 전액 상각, 즉 소멸시켰다. 이 조치는 채권 자체에 대한 불신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콜옵션 만기에 직면한 보험업계 고민은 깊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자본성증권 콜옵션 만기가 도래한 주요 보험사는 총 12곳으로 발행액은 4조원 이상이다. 오는 4월23일은 한화생명의 10억 달러(약 1조 3080억원), 5월21일은 KDB생명의 2억 달러(약 2160억원)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만기 시점이다. 고금리 사태가 지속되면서 차환 발행 시 더 높은 금리가 책정, 보험사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 실장은 “보험사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PF대출을 많이 늘린 것은 사실이다. 대형 사업장 중심의 선순위 PF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다른 금융업권이 투자한 PF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게 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실장은 “CS가 UBS에 합병되는 과정에서 코코본드가 전액 상각 처리됐다. 그 영향으로 금융회사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아무래도 좋지 않아졌다”면서 “때문에 보험사들은 이익잉여금의 내부 유보 비중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또 대체투자 부문에서 손실이 예상될 경우,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등 다양한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 두는 비용)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나섰다. 금감원은 22일 생보사, 손보사, 생명·손해보험협회 관계자 등 약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열고 “시장변동에 따른 보험사의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PF대출 등 리스크 취약부문에 대한 감시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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