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위법 행위”…한국브랜드패션협회, 짝퉁 책임 묻는다

한국브랜드패션협회, 4월 중 설립…가입사 80여개

기사승인 2023-03-25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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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한 위법 행위”…한국브랜드패션협회, 짝퉁 책임 묻는다
네이버 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품 의류들. 온라인사이트 캡

국내 패션 시장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대형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확산된 디자인 카피 및 위조품 유통 문제에 신진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힘을 모아  '한국브랜드패션협회'를 설립하고, 대외적으로 캠페인을 통해 가품 문제에 대해 알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알리바바그룹의 해외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국내 소비자를 공략에 나서며 연내 1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알리익스프레스는 현재 네이버쇼핑, 카카오페이, CJ대한통운 등을 우군으로 확보한 상황이다.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향후 디자인 카피 및 위조품 유통 문제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금도 쿠팡, 네이버쇼핑, 11번가,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등 오픈마켓에서는 가품 판매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온라인에서 판매된 가품은 41만4718점에 달한다. 이 기간 유통된 전체 가품 가운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팔린 비율이 44%였고 쿠팡 위메프 인터파크가 뒤를 이었다. 

특히 의류와 신발 위조품이 유독 많았다. 여성 영 캐주얼 브랜드 카테고리9을 운영하는 GBGH 김훈도 대표는 “지난해 12월경 직원의 지인이 제보해서 알게 되었다”며 “아동복 도매 상가에서 디자인을 카피해 여러 소매업체로 납품을 하고 있었으며, 해당 업체는 오픈마켓과 자체 사이트에서 카피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론칭한 지 몇 달이 되지 않은 상태라 내부적으로 매우 당황스러웠다”며 “아트워크의 스펠링만 바뀌었을 뿐, 컬러 배색이나 기법까지 동일하여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한 카피 상품이었다. 브랜드 콘셉트 가장 많이 녹여낸 첫 시즌의 시그니처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브랜드 구성원 모두 속상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신진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경우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는 만큼 위조품 문제에 더욱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

1987 숫자와 시그니처 로고를 브랜드 이미지로 사용하는 Mmlg의 박지운 대표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판매채널에 연락하여 판매 중단(게시 중단) 요청을 한다. 상표권 혹은 저작권을 위배한 제품에 한해서는 별도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디자인에 대하여 지식재산권 등록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법적인 부분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디자인 카피 상품은 판매 중단 요청에 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판매 채널에 따라 해당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경우에는 해당 디자인들에 대해 추가로 상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라 바로바로 대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엄연한 위법 행위”…한국브랜드패션협회, 짝퉁 책임 묻는다
한국브랜드패션협회의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 무신사

이에 현재 무신사, F&F, 밀레, 휠라 등 주요 패션 브랜드들은 4월 중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설립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협회는 현재 정부에 설립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대기 중이다.

한국브랜드패션협회는 중소·신진 패션 브랜드들이 디자인 카피, 위조품 유통을 막기 위해 뜻을 모아 만든 단체다.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제조사, 유통사 등 50여개 기업은 지난 2월 '사단법인 한국브랜드패션협회' 창립총회를 열며 협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협회는 회원사를 100개 이상으로 지속 확대하고, 중소·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모니터링 및 가품 유통 근절 협의회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패션 디자인 도용 및 가품 유통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오픈마켓의 지재권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에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3월 중순 기준 한 달여 만에 가입사가 60% 늘어 80개 이상 기업이 정회원으로 가입된 상태다”라며 “한국브랜드패션협회의 최우선 순위는 온라인 오픈마켓에 확산된 패션 가품을 모니터링하고 제거하여 브랜드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현재 한국에서의 패션 가품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한국 정부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해외에서의 가품 유통 문제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를 늘려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품 유통 근절 시스템까지 구축할 예정"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 디자인 도용 및 가품 유통의 심각성을 알리는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회 소속 브랜드들은 이번 캠페인을 시작으로 가품 문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커버낫’을 시작으로 글로벌 브랜드 ‘Lee’ 등을 판매 전개하고 있는 비케이브 임승인 본부장은 “저희 브랜드를 모티브로 새로운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우리 브랜드가 시장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카피’는 타인의 디자인을 도용한 후, 마치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판매해 원작자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엄연한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브랜드는 고객(소비자)의 관점에서 디자인하고 그렇게 제작된 상품은 고객에게 평가받으며 의미를 갖는다”며 “카피 상품은 이러한 브랜드와 소비자의 상호 작용을 무시하고, 개인 혹은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위인 동시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카피 상품에 대한 피해 사례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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