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되나 싶었는데"…치킨·햄버거·생수가격 '줄인상'

기사승인 2023-03-27 09: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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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내달 3일부터 각 메뉴의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리기로 했다. 간장 오리지날 제품 가격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라 인상률은 18.8%에 달한다.

햄버거업계도 마찬가지다.  버거킹은 지난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 각각 인상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에도 가격을 올린 터였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음식점·술집 등에서 판매되는 수입주류 출고가를 평균 15.9% 올렸다. 하이네켄코리아는 업장용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9.5% 인상하기도 했다.

2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이 같은 ‘줄인상’ 속에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전년동월보다 7.5% 올랐다. 앞서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가파르게 올라 9월에는 9.0%를 기록했다.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다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8.9%, 11월 8.6%, 12월 8.2%에 이어 올해는 1월 7.7%, 2월 7.5% 등으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8%로 지난해 4월의 4.8% 이후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와 물가 상승이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가공식품에 이어 외식 메뉴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과연 진정세를 유지할지 불안감이 돌고 있다.


서울에서 냉면이나 비빔밥을 사먹으려면 1만원 넘게 든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지난해 동월보다 7.3% 오른 1만692원에 달했다. 비빔밥은 8.7% 오른 1만115원이다. 자장면은 6723원, 삼계탕은 1만6115원, 칼국수는 8731원 등이다.

외식 뿐만 아니라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남양유업은 내달부터 두유 7종의 출고가를 평균 4.7% 올릴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롯데제과가 만두 등 일부 냉동제품 가격을 5∼11% 올렸고 SPC삼립과 파리바게뜨 등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롯데제과와 빙그레, 해태아이스크림 등은 아이스크림 가격을 올렸고 제주삼다수 등 생수 가격도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이후 다소 하락세를 보이지만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상승 중으로 더 오를 수 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의 최고였다. 품목별로 치즈 34.9%, 식용유 28.9%, 밀가루 22.3%, 빵 17.7%, 커피 15.6%, 스낵 과자 14.2%, 아이스크림 13.6% 등이었다.


외식·가공식품 등 먹거리는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다음으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공공요금 상승세도 가파른 상황이어서 먹거리 물가 상승과 함께 전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주요 품목별 물가 상승률을 보면 전기·가스·수도(28.4%), 가공식품(10.4%), 기타농산물(10.4%), 수산물(8.3%), 외식(7.5%) 등이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21개월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1년 12월부터 15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정부는 식품기업들에 원가를 절감해 가격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으로 가격 인상이 추가 단행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