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인플레 3%대 진입…기준금리 ‘동결론’ 탄력받나

한국은행 ‘2023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발표

기사승인 2023-03-29 10: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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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 3%대 진입…기준금리 ‘동결론’ 탄력받나
쿠키뉴스DB.

향후 1년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개월 만에 3%대로 진입했다. 가공식품이나 외식비 등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흐름을 보이자 기대인플레이션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 대비 0.1%p 하락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기업 및 가계 등의 경제주체들이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하는 향후 1년 후의 물가상승률을 뜻한다. 한은은 이달 14일부터 21일까지 2500가구(응답 2372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이다. 과거 1년에 대한 물가 수준을 묻는 ‘물가 인식’도 5.1%로 전월 대비 0.1%p 내려갔다.

한은 경제통계국 황희진 통계조사팀장은 “가공식품·외식비·서비스·교통요금 등의 인상폭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최근 유가가 하락했으며 전반적인 CPI가 내려오면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기저효과로 하반기 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뉴스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지수의 경우 물가 상승폭 둔화와 마스크 전면 해제 등에 따른 일상 회복 기대감 등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3월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로 전월보다 1.8p 상승했다. 지난해 6월(96.7)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주요 개별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숫자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추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사실 현재 한은 금통위원들 상당수는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오는 5월 미국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려 한미 금리차가 1.75%p가 되더라도 현재의 시장 흐름으로 볼 때 감내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 예상할 정도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 등으로 금융안정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며 “한은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을 거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현 한은 기준금리(3.50%)가 최종 기준금리가 될 것이란 의견이다.

또한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택하면서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한은이 올해 4분기쯤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는 31일 전기·가스요금 인상률이 발표될 예정이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주된 원인이 전기·가스·수도(28.4%)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만약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폭이 시장 예측치보다 클 경우 전체 물가 상승률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한은으로서 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재차 인상하게 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