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 선 프로야구, 일단은 플레이볼

기사승인 2023-03-31 17: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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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 선 프로야구, 일단은 플레이볼
지난달 시범 경기가 열린 KIA챔피언스필드.   연합뉴스

위기의 프로야구가 팬들 앞에 다시 선다.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리그’가 다음달 1일 오후 2시 전국 5개 야구장에서 동시 개막한다. 각 팀당 144경기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최근 프로야구는 국제대회 성적 부진, 선수·구단 수뇌부 등의 도덕적 헤이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위기 속에서 프로야구는 ‘팬 퍼스트’를 우선 가치로 삼고 반등에 나선다. 개막을 앞두고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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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무국.   연합뉴스

2연전 폐지·스피드업 강화…올 시즌 바뀌는 규정은?

올 시즌부터는 2연전이 폐지된다.

KBO는 144경기 체제가 도입된 이후부터 지난 시즌까지 10개 구단이 공평하게 홈 72경기를 소화했다. 팀별로 16경기씩 벌였다. 3연전을 4번(12경기) 하면 4경기가 남는데, 이를 2연전으로 나눠 경기를 치러왔다. 이로 인해 후반기에는 이동이 잦아져 체력적 부담이 컸다.

이에 10개 구단 감독은 2연전을 없애달라고 KBO 사무국에 요청했고, 올 시즌부터는 후반기에도 3연전을 소화한다. 올해는 SSG 랜더스,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 등이 홈에서 73경기를 소화한다. 나머지 구단들은 2024시즌에 홈에서 73경기를 치른다.

경기 진행 속도도 한층 빨라진다.

지난해 스트라이크존 정상화와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던 KBO리그는 정규시즌 평균 소요 시간(9이닝 기준)이 2021시즌 3시간14분에서 2022시즌 3시간11분으로 3분 빨라졌다.

올 시즌에는 마운드 방문 시간을 기존 30초에서 25초로 줄인다. 25초가 지난 시점에서 심판이 시간을 통보하면 감독이나 코치는 즉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 포수도 30초가 지난 시점에는 포구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경기 시간 단축을 독려하기 위해 KBO 사무국은 심판 고과에 스피드업 평가를 추가하고, 매월 관련 통계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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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노시환.   연합뉴스

올 시즌 절대 강자 없다? 공공의 적은 LG와 KT

올 시즌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양의지(두산 베어스), 박동원(LG 트윈스), 유강남(롯데), 박세혁(NC 다이노스) 등 포수들의 연쇄 이동이 있어 각 팀 전력은 크게 요동쳤다.

여기에 정규시즌에 앞서 열린 시범 경기에서는 3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했던 한화가 1위(9승 1무 3패)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마운드에선 2년차 문동주, 신인 김서현 등 유망주들이 포진해있고, 야수에선 자유계약(FA)로 영입한 채은성과 오선진 등이 합류해 팀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삼성 라이온즈도 시범 경기에서는 2위(10승 4패)로 선전했다. 별 다른 보강은 없었지만 데이비드 뷰캐넌과 앨버트 수아레즈, 호세 피렐라로 이어지는 외국인 트리오는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강민호, 오승환, 오재일 등 베테랑도 여전히 건재하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올 시즌 가을야구의 주인공으로 LG와 KT를 꼽았다. 지난달 30일 미디어데이에서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것 같은 팀으로 나란히 가장 많은 6표를 받았다.

감독들은 LG와 KT의 강점으로 ‘마운드’를 꼽았다. LG와 KT는 지난해 평균자책점 1~2위를 기록했다. LG는 정우영과 고우석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난공불락이고, KT는 웨스 벤자민, 보 슐서, 고영표, 소형준, 엄상백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이다.

다만 두 팀 모두 부상자에 대한 고민이 크다.

LG는 고우석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연습경기 도중 어깨 염증이 발생해 개막 엔트리 승선이 불발됐다. 거포 유망주 이재원도 옆구리 근육 미세손상 진단을 받아 재활군으로 이동했다.

KT는 불펜진에 구멍이 생겼다. 중간계투진의 핵심인 김민수와 주권이 각각 어깨 극상근건, 전완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지난 시즌 박시영이 오른 팔꿈치 인대가 손상으로 5월 쯤에나 경기가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3년 연속 전경기 출장을 달성한 중견수 배정대는 손등이 골절돼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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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 WBC 탈락 후 귀국해 인터뷰하는 이강철 감독.    사진=임형택 기자

갖은 악재 발생한 프로야구, 위기 이겨낼 수 있을까

한편 지난 시즌 코로나19 유행에도 600만 관중(607만6074명)을 유치하며 반등을 기대했던 프로야구는 최악의 상황에서 개막을 맞는다.

WBC에서 14년 만의 4강에 올라 리그 흥행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계획부터 틀어졌다. 대표팀은 졸전 끝에 한 수 아래로 여긴 호주에 지고 숙명의 라이벌 일본을 상대로 참패한 끝에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야구가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내수 스포츠’라는 오명을 지우지 못했다.

WBC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지난 23일에는 전 롯데 투수 서준원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미성년자 대상 범법행위로 입건된 서준원은 이 사실을 숨기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뒤늦게 해당 사실을 인지한 롯데 구단은 서준원을 방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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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석 KIA 타이거즈 전 단장.   연합뉴스

선수도 모자라 구단 실무 최고 책임자인 단장까지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 장정석 전 KIA 단장은 지난해 박동원과 협상을 벌이다 2차례에 걸쳐 뒷돈을 요구했다는 파문에 휩싸여 시즌 개막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29일 해임됐다.

장 단장은 ‘좋은 계약을 해보자’는 취지로 농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KIA 구단은 협상 과정에서 해당 이야기가 나온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라 판단해 장 단장을 해임했다.

또 지난 31일에는 검찰이 KBO 사무국과 자회사인 KBOP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KBO 간부 A씨와 SPOTV 등 TV 채널 등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 업체 에이클라와 관련된 배임수재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계권과 관련해 A씨가 혜택을 주는 대신 그 대가로 금품이 오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연쇄적으로 터진 악재에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리던 설렘과 기대감은 사라지고 분위기도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내 프로야구 관심에 대한 문항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66%나 됐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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