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탄생 ‘원형탈모’ 치료제… “기존 치료보다 부작용 적다”

36주·52주 복용 집단 연구 통해 효과 입증
“환자 대다수 젊고 건강한 성인으로 우려 적어… 기존 치료보다 안전”

기사승인 2023-04-13 06: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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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탄생 ‘원형탈모’ 치료제… “기존 치료보다 부작용 적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야누스 키나아제(JAK)억제제가 성인 중증 원형 탈모증 치료제로 최초 허가된 가운데, 과거 우려되던 심혈관질환 발생 등 문제가 다시 언급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존 사용하던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보다는 부작용 같은 이상 반응이 덜해 현재로서는 치료 최선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원형 탈모증은 면역계가 자기 모발의 일부를 외부 물질로 인식하는 비정상적 면역반응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자가면역질환’이다. 감염, 스트레스 등의 원인 인자들이 몸 속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모낭을 세균으로 잘못 인식한 면역세포가 정상적 모발 환경을 망가뜨린다.

염증 반응 신호의 통로 역할을 하는 JAK는 면역 세포의 활성화와 생존을 촉진하고 모낭 손상을 더 빠르게 일으킨다. JAK억제제는 이 통로를 막음으로써 면역 반응을 저지하고, 정상적으로 발모가 가능하도록 한다.

대한모발학회는 지난 2022년 새로운 원형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학회는 모발이 50% 이상 소실된 성인 원형 탈모 환자의 치료에서 경구용 JAK억제제를 전신 면역억제제 또는 접촉 면역요법과 함께 1차 치료 약제로 권고했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지난 3월2일 한국릴리의 JAK억제제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로서는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한국릴리는 36주 동안 올루미언트(4mg)를 복용한 집단을 대상으로 지속적 모발 재성장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그 결과 원형탈모증 평가도구(SALT) 점수 20점 이하를 달성한 비율이 위약군, 즉 가짜약을 먹은 환자군(6.2%)보다 올루미언트 복용군(38.8%)에서 32.6% 더 높았다. 이어 52주간 약물을 투여한 결과 올루미언트 복용군에서 SALT 점수 20점 이하를 달성한 환자 비율이 40.9%까지 증가했다.

원형탈모가 심할수록 SALT 점수는 높아진다. 예를 들어 50점은 두피 중 모발의 비율이 50%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가 치료 이후 20점 이하의 점수를 달성했다면 유의미한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임상연구 참여 환자에게 발생한 이상 반응은 대부분 경도 또는 중등도로 평가됐다. 주로 나타난 이상 반응은 여드름, 상기도 감염, 요로 감염 등이었으며, 이상 반응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낮거나 위약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권오상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12일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올루미언트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 허가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52주차 연구 결과 두피, 눈썹, 속눈썹 모발 재성장에 대한 반응률이 증가했다”며 “중증 원형 탈모증 환자에게서 임상적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52주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36주차 연구와 비교했을 때 52주차 연구에서 새로 확인된 부작용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처방 제한’으로 이어진 이상 반응 우려… “스테로이드 등에 비해 안전”

JAK억제제는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허가받기에 앞서 일찍이 류머티즘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등의 치료제로 사용됐다. 그 중 화이자의 JAK억제제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가장 일찍 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에서 실시한 젤잔즈의 시판 후 조사 결과 혈전, 심장마비 등 중증 이상 반응이 보고되면서 JAK억제제에 대해 처방 제한이 걸렸다. 

해외에서는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65세 이상, 악성 종양환자의 경우 JAK억제제 처방을 삼가거나 용량을 줄이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들여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지난해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이번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에 대한 JAK억제제 허가 역시 이상 반응 우려가 존재한다. 원형탈모는 재발이 빈번하기 때문에 만성질환과 같이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JAK억제제의 장기 안전성 프로파일은 52주차까지만 나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권오상 교수는 “자가면역질환은 보통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한다”며 “그만큼 약의 이상 반응이 적어야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허가받은 JAK억제제는 지금까지의 안전성 데이터로 보았을 때 중증 이상의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고, 기존 치료제로 사용해온 스테로이드 등에 비해 이상 반응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경우 호르몬 이상으로 살이 찌거나 성장기 아동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등 단점이 많았다. 또 혈당이나 혈압이 오르는 이상 반응이 있어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번에 허가된 JAK억제제는 기존 치료로 부작용을 겪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 

권 교수는 “특히 성장기 아동에게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본다”면서 “원형탈모는 특성상 대개 젊고 건강한 성인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이전에 제기되어 온 심혈관질환 등의 이상 반응이 발생할 확률은 적을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유박린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다른 치료제로 효과를 못 보거나 병 진행 정도가 심하다면 최선책으로 사용해 볼 수 있다”며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보다 안전한 프로파일을 갖고 있어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향후 소아 원형탈모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아는데, 고령 환자에서도 심혈관질환이나 악성종양처럼 큰 위험 요소가 없는 이상 복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다만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가격이 비싸다”면서 “원형탈모는 젊은 사람이 많이 걸리고 삶의 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릴리는 향후 원형탈모증 환자를 상대로 효과성, 안전성 임상 연구를 최대 200주까지 진행해 추적 관찰할 계획이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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