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동물 학대 카페’ 된 동물 카페

사각지대 놓인 고양이 카페 가봤더니

기사승인 2023-05-27 13: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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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동물 학대 카페’ 된 동물 카페
서울 A 고양이 카페.   사진=조유정 기자


“동물 카페요? 많이 갔었죠. 그런데 이젠 안 가요. 갇혀서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동물들의 실체를 알고 ‘동물 전시’에 거부감이 생겼거든요.” 조미경(30‧여‧직장인)씨

동물들을 적절한 환경에서 관리하지 못하는 동물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 성향이 다른 강아지, 고양이를 한 공간에서 기르거나, 영역 동물인 고양이 수십 마리를 한 공간에서 키우는 등 동물 습성을 고려하지 못한 카페가 많다. ‘동물 학대’ 카페란 지적까지 나왔다.

동물들보다는 구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 점도 문제다. 동물 카페에 있는 동물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만지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 또 실내에 가둬진 채 생활해 스트레스를 받아도 피할 공간이 없다.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동물 학대 카페’ 된 동물 카페
고양이 카페에서 잠든 고양이.   사진=조유정 기자


이해도, 애정도 부족… 동물 카페 가봤더니

“방문하기 전엔 고양이 전문 카페라고 생각했어요. 현실은 수용소에 가까웠어요. 고양이가 놀 시설도 부족했고,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고양이들이 아프고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양이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윤모(27‧여‧취직준비생)씨

고양이와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 서울 A 고양이 카페엔 45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랙돌, 먼치킨, 스코티시폴드, 페르시안 등 대부분 품종묘였다. 곳곳에서 고양이를 귀여워하는 손님들의 높은 소리가 오갔다.

곳곳에 조명이 환히 켜져 있었다. 야행성이라 어두운 환경을 편안하게 느끼는 고양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카페에서는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음 소리가 들렸다. 잠든 고양이를 깨우기 위해 만지는 손님도 여럿 있었다. 고양이들은 꼬리를 흔들며 짜증 내거나 이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양이를 찾으며 들뜬 손님들의 모습과 달리 고양이들은 힘없이 자는 고양이도 많았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활동 영역에 낯선 사람이 오가거나, 새 고양이가 오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가 쓰는 밥그릇, 물그릇, 화장실 숫자도 부족했다. A 카페엔 밥그릇 7개, 물그릇 4개가 전부였다. 고양이는 독립적이라 밥그릇과 물그릇을 각자 쓴다. 수의사들은 고양이 1마리당 2개의 화장실을 추천한다.

이날 만난 이모(26‧여‧직장인)씨는 “좁은 공간에 많은 고양이가 있어 영역 다툼이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됐다”며 “귀, 발톱이 정리 안 된 고양이도 있었다. 고양이가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인지 우려됐다”고 말했다. 카페에서 만난 B씨도 “50마리의 고양이가 좁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면 엄청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며 “몇몇 고양이 빼고는 생기가 없어 불쌍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A 카페 업주는 “모든 고양이가 발톱 관리, 귀 청소, 목욕, 몸무게 체크, 종합검진 등을 받고 있다”며 “연계된 병원도 있고, 매일·매주·매달·매분기 관리 차트도 있다. 고양이들이 따로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해명했다.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동물 학대 카페’ 된 동물 카페
C 고양이 카페의 한 고양이 목에 상처가 있다.   사진=조유정 기자

지난 23일 방문한 서울 C 고양이 카페는 분위기가 달랐다. 손님이 적은 편이라 들어서자마자 14마리 중 5마리 고양이가 달려와 관심을 보였다. 고양이가 가까이 올수록 악취가 코를 찔렀다. 입과 귀에서 냄새가 났고, 눈에는 눈곱이 가득했다. 많이 야위어서 만지면 살 대신 뼈가 느껴졌다. 기본적인 발톱 관리도 되지 않아 달려드는 고양이 발톱에 따가운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목덜미에 상처 난 고양이들도 있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모습이었다. 서로 잡으러 다니느라 뛰거나 우는 고양이들도 있었다. 서열 정리 혹은 발정기 증상으로 추측하며 업주에게 이유를 물으니 “아직 고양이 2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고양이는 1년에 2회 이상 발정기가 찾아온다. 실내 고양이는 1년에 5회 출산도 가능하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극심한 고통과 스트레스가 찾아와 울게 된다. 또 번식을 제한하지 않으면 3년 뒤 2000마리까지 증가할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이날 카페를 찾은 윤모씨는 “고양이 카페를 처음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시설이 열악했다”며 “고양이들도 너무 야위고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이의 위생과 건강도 걱정이지만, 방문한 손님의 건강도 걱정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동물복지 단체는 반려동물 카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반려동물은 전시 업종에 적합하지 않다”며 “개와 고양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반려동물 카페 대신 시민 봉사자를 받는 동물 보호소에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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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고양이 카페의 고양이가 뼈가 만져질 정도로 말랐다.   사진=조유정 기자

사라지는 야생동물 카페… 반려동물 카페는 여전히

동물 카페에서 동물들이 잘 관리받지 못하는 이면엔 제도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현재 한국에선 동물 관련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동물 카페를 영업할 수 있다. 24일 기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따르면 총 636곳이 동물전시업으로 등록돼 있다. 동물 카페를 영업하려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동물전시업으로 등록하면 된다. 동물전시업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대표가 동물보호 교육수료증이 필요하나, 약 3시간 온라인 교육을 받으면 이수 가능하다.

동물전시업을 신고하지 않고 동물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21년 발표한 ‘서울시 야생동물 전시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16개의 야생동물 전시시설 중 동물전시업으로 등록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음식점으로 등록한 곳이 7곳, 확인 불가 3곳, 자유업 1곳, 통신판매업 1곳이었다. 미등록 업체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관리인의 전문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사고도 많다.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한 동물 카페 업주가 상주견을 망치로 살해해 징역 2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한 공간에서 사육한 개와 고양이 중 고양이 11마리는 전염성 질환 의심, 개 18마리는 양육상태 부실로 긴급 격리 조치 됐다. 이후에도 고온 관리가 필수인 미어캣이 추위에 떨다 죽거나, 온습도에 민감한 파충류 사육장 온도조절기가 꺼져있는 등 관리가 부실한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

야생동물 카페는 금지됐지만, 반려동물 카페는 계속 운영 가능하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동물원·수족관이 아닌 시설에서 살아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할 수 없다. 이제 야생동물은 시·도에서 허가받은 동물원에서만 전시 가능해 야생동물 카페는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동물로 규정돼 여전히 반려동물 카페로 영업 가능하다.

이형주 대표는 반려동물 카페가 동물복지를 훼손시킨다고 꼬집었다. 그는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다른 개체 혹은 여러 마리가 공존하는 동물 카페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는 면역력이 약해져서 질병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실제 고양이 카페에 가면 눈곱이 끼거나 기침하거나 콧물 등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한 마리만 아파도 질병 전파가 빠르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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