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겨도 ‘청년 정치인’…‘2030’ 부족한 지역 다수인 탓

청년기본법상, 청년 만 34세…정치권에선 만 45세 전후
약자층 배려 위해 청년·여성 할당제 고안
지역별 세대 편차 “‘군(郡)’ 단위 청년 찾기조차 어려워”
“‘청년=정치 신인’ 개념으로도 쓰여”

기사승인 2023-05-30 0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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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겨도 ‘청년 정치인’…‘2030’ 부족한 지역 다수인 탓
대표적인 청년 정치인인 이준석(왼쪽)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이 지난해 5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국 정치에서 대표 청년 정치인을 묻는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아마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일 것이다. 1985년생으로 내년이면 마흔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아직 팔팔한 청년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이미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역임한 화려한 정치 경력으로 ‘청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은 거추장스러울 수 있으나 현 정치권이 규정하고 있는 기준으로만 따진다면 그는 아직 ‘청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청년 공천’ 등의 기준이 주목된다. 정당마다 청년의 나이를 규정하는 기준은 조금씩 다른데 통상적인 사회 기준의 청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한민국 청년 정책 수립의 법적 기준이 되는 청년기본법이 규정한 청년의 나이는 ‘만 19세 이상 만 34세 이하’다. 그런데 정치권은 청년 정치인을 만 45세를 전후해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년 정치인의 나이를 만 45세 미만으로 정하고 있다. 청년 최고위원 피선거권 나이를 당헌상 만 45세로 규정해 간접적으로 청년의 기준을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상 청년 나이는 만 45세 이하다. 국민의힘은 ‘만 45세 미만’인데 ‘이하’라는 표현을 써 미세하지만, 차이는 있다. 

민주당 당헌은 각종 공직 선거 경선 시 청년 가점 기준을 차등을 두고 있다. △만 43세 이상 만 45세 이하 100분의 10 △만 36세 이상 42세 이하 100분의 15 △만 30세 이상 만 35세 이하 100분 20 △만 29세 이하 25 가산한다.

마흔 넘겨도 ‘청년 정치인’…‘2030’ 부족한 지역 다수인 탓
그래픽=안소현 기자

일반적인 사회 기준의 청년과 정치권의 청년 나이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역별 세대 구성 편차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청년 나이 기준을 낮게 잡아도 충분히 해당 비율을 맞출 수 있지만, 비수도권은 나이 기준을 만 40세 내외로 잡아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각 정당은 우리 사회에서 통상 약자 계층으로 여겨지는 청년 세대와 여성의 목소리에 최대한 잘 듣기 위해 당헌 당규를 통해 이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당내 경선 시 청년·여성 최소 비율을 규정하고, 가점 가산 기준 등을 만들어 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마다 세대별 인구 구성 편차가 있다는 게 문제다. 비수도권 ‘군(郡)’ 단위 지역에서는 청년 비율을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의힘 공보국 관계자는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년기본법 만 34세 기준으로 청년 나이를 규정하면 각 정당이 청년 자원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편적인 예로 당헌당규상 선거인단 구성 시 청년·여성 비율을 정하고 있다. 여성 기준은 채울 수 있지만 비수도권 군 단위로 가면 청년 비율을 채우기 무척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초반 때만 해도 만 40세까지 청년 나이 기준이 내려갔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조금씩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 청년 민간단체인 한국청년회의소가 정한 청년 나이가 45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경제적인 까닭에 정치 입문 나이가 아직 꽤 높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최근 2030세대 정치인들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정치 입문을 생각하면 나이는 훌쩍 40세 전후를 향하게 된다.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한 민주당 한 청년 정치인은 쿠키뉴스에 “보통 직장생활을 하면 서른을 넘기고, 또 정치 입문을 몇 년 준비하다 보면 40살을 훌쩍 넘기기 마련”이라며 “정치권에 연줄이 있다면 그마저도 쉽겠지만 일반적으로 정치 입문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만 34세 이전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정치 입문자 또는 정치 신인을 뜻하는 의미로도 쓰이는 것 같다”며 “지금의 청년 나이 기준이 불합리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평가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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