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부터 요양까지 지역사회 원스톱 치매 관리가 궁극적 대안”

의원-대학병원 잇는 시스템, 환자·가족 돕는 효율적 역할 기대
“생활 속 예방·관리, 지역 중심으로 보다 세심하게 운영돼갈 것”

기사승인 2023-05-29 11: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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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서에 진단서를 제출한 적이 있어요. 자신의 차인 줄 알고 남의 차를 가져가 연행된 70대 남성 치매 환자를 선처해달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판단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흐려진 환자는 자신이 행한 일이 범죄라고 인지하지 못했어요. 치매가 악화된 채로 1차 의료기관을 전전하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이상학 원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개인의원과 대학병원 등을 잇는 유기적 네트워크를 마련하면 이곳저곳 병원을 돌면서 상태가 나빠진 치매 환자를 위한 치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도파민 분비가 막히는 파킨슨병을 동반한 치매의 경우 폭력과 망상, 섬망 등을 부를 수 있는데,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가정이나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2차, 3차 의료기관 또는 치매안심센터로 신속히 협력이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면 환자도, 가족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론 치매 환자를 장기적 관점에서 보살필 수 있도록 요양보호시설까지 연계하는 시스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치매의 대표적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 퇴행성 뇌질환인 것을 감안하면 고령화 시대 속에서 요양기관을 찾는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진단부터 치료, 요양, 재활 등을 환자가 원스톱으로 연결해 이용할 수 있다면 앞으로 치매에 대한 대응을 더욱 효과적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스톱 체계를 전개할 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담당 전문의는 단기, 장기 보호 등 적합한 요양 유형을 선별해 추천하거나 약물요법과 병행할 보완 치료,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전반적 치매 관리·극복의 방향을 기획하는 컨설팅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대학병원의 치매 관리·극복을 위한 시도는 환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의료 서비스에 집중하고,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 그리고 그 가족이 겪는 막막함을 덜어주기 위해선 지역사회에 기대 안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 안에서 환자는 심리적 안정을 취하고, 병의 진행도 더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진단부터 요양까지 지역사회 원스톱 치매 관리가 궁극적 대안”
이상학 원광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가 익산시 치매안심센터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원광대학교병원 신경과

원광대병원이 위치한 전라북도 익산시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를 넘겼으며 노인성 질환인 치매 발생률이 증가세를 그리고 있다. 이 교수는 신경과 외래 시간을 늘리는 한편, 매주 목요일 익산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환자를 마주하고 있다. 원광대병원은 익산시와 공조해 치매 환자를 위한 검사, 치료 등을 지원한다.

치매를 두려운 질환으로 꼽는 인식을 두고 이 교수는 치매가 진단돼도 놀라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그 만큼 나이가 들면 발생 빈도가 높은 질환인 것”이라며 “아밀로이드라는 작은 단백질이 과도해져 뇌에 침착되면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는 건데, 이는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치매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이 강화돼야 하며, 또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야 한다”면서 “생활 속 예방과 관리는 향후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보다 세심하게 운영돼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