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 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최우선 과제…잠재부실·연체율 관리는 ‘숙제’
리스크 관리 위한 충당금 우리은행 ‘꼴지’…부진한 비이자이익 비중도 개선 필요

기사승인 2023-06-01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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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신임 우리은행장, 그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
조병규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

신임 우리은행장으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이사가 발탁됐다.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이 우리은행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강한 영업력’과 기업금융 강화을 천명한 만큼, 조병규 후보의 우리은행 경영도 기업금융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우리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녹록치 않다. 고금리 기조 속 연체율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그간 비중을 늘려왔던 가계여신과 중소기업의 잠재부실률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원했던 소상공인대출의 만기가 오는 9월에 예정된 만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6일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 후보로 조병규 현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추천했다. 

자추위는 선정 이유에 대해 “지주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을 중시한다는 그룹 경영방침에 따라 은행장 선임기준을 ‘영업력’에 최우선적으로 뒀다”며 “이러한 선임기준에 따라 조병규 후보가 경쟁력 있는 영업능력과 경력을 갖추고 있고, 특히 기업영업에 탁월한 경험과 비전을 갖추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최우선 과제…잠재부실·연체율 관리는 ‘숙제’

이같은 자추위의 평가처럼 조 내정자의 최대 과제는 기업금융 강화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기업영업 부문의 전통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평가다. 2023년 기준으로도 대기업 대출 잔액은 40조4000억원으로 △KB국민은행(31조2000억원) △신한은행(25조4000억원) △하나은행(22조2000억원)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상황이다.

또한 조 후보가 기업그룹 집행부행장 시절 구축한 공급망금융플랫폼(SCF)을 비롯해 지난해 말 새롭게 신설된 신성장기업영업본부들이 조 후보가 은행장 취임과 함께 기업금융에 힘을 쏟기에 좋은 환경이 구축된 상황이다.

다만 그간 지속됐던 고금리 기조에 따른 연체율 증가 등 건전성 지표 악화라는 악재는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2023년 3월말 기준 BIS자본비율이 16.3%로 규제비율을 상회하고 있지만, 시중은행 평균인 18.3%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 잠재부실 채권인 요주의여신은 1분기에만 약 10%(2091억원) 늘어난데다가 연체율도 0.22%에서 0.28%로 0.06%p 상승했다.

감소추세로 전환된 순이자마진(NIM)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23년 1분기 NIM은 1.65%로 2022년 4분기(1.68%) 대비 감소했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수치인 1.69보다 낮다. 

여기에 타 시중은행들도 기업금융 강화를 천명한 상황이다 보니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은행이 4대 시중은행 중 기업대출이 가장 많은 것은 맞지만, 올해 1분기 하나은행이 기업대출을 큰 폭(19.6조→22.2조)으로 늘리면서 증가 폭이 13.0%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은행의 증가율(9.87%)보다 약 3.2%가량 높다. 이에 따라 실적도 갈렸는데,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5% 증가한 9707억원을 기록하며 국민·신한은행(9315억원), 우리은행(8595억원)을 앞질렀다.

코로나 대출만기 대비·부진한 비이자이익 비중도 개선 필요해 

기업금융 이외에도 개선해야할 점은 많다. 우선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을 위해 지원했던 대출들에 대한 ‘리스크 대비’가 시급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37조61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은행별로 우리은행이 10조4377억원으로 전체의 27.7%를 차지하면서 가장 비중이 크다. 그 다음 하나은행 7조6691억원, 신한은행 7조4591억원, KB국민은행 7조1150억원, NH농협은행 4조9347억원 등 순이다. 

이들 중 최근 고금리 지속으로 인해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차주들이 발생한다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는데, 우리은행은 올해 1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 중 충당금이 적립 비중이 가장 낮다.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은 국민은행은 올해 1분기 3913억원을 적립했다. 비중을 보면 총영업이익 2조6898억원의 14.55%로 역시 1등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총영업이익 2조2641억원의 7.88%인 1785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으며, 하나은행은 2314억원의 5.31%인 1222억원을 적립했다. 우리은행은 올 1분기 충당금 795억원을 적립했는데, 총영업이익 2조1095억원 대비 3.77%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비이자이익 강화도 우리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0.3%에 그쳤다. 이는 △하나은행(13.6%) △KB국민은행(12.7%) △신한은행(11.6%)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명가(名家) 부활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며, 임종룡 회장님과 함께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추위 추천을 받은 조 후보는 7월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직후 공식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뒤이어 공석이 되는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도 우리금융 자추위를 통해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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