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사태 쇼크, 증권사 후폭풍 ‘일파만파’ 커졌다

금융당국 ‘CFD 규제 보완방안’ 최종 확정…신용공여 한도에 CFD '포함‘
중소형 증권사, “CFD 사업 어려움 겪을 것”
라임 사태의 ‘금융당국 중징계’ 적용은…“자기투자책임 부과가 차이점”

기사승인 2023-06-02 06: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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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D사태 쇼크, 증권사 후폭풍 ‘일파만파’ 커졌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소시에테제네럴(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경인 차액결제거래(CFD)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증권사에 경고등이 켜졌다. 거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지만, 규제에 따른 시창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CFD 거래 잔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와 같은 중소형 증권사는 더욱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됐다.

게다가 당국의 징계 가능성도 변수다. 금융당국과 검찰이 CFD 사태 엄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과거 라임 사태 등을 살펴보면 증권사 내부 관련 임직원들과 CEO의 징계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차액결제거래(CFD) 규제 보완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발표한 규제보완 방안이 실제로 시행될 때까지 향후 3개월간 개인전문투자자의 신규 CFD 거래 제한을 권고했다. 이후 시스템과 내부통제체제 보완이 이뤄진 증권사부터 신규 CFD 거래를 재개할 계획이라는 게 당국 측 설명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자본시장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로 인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있는 상”이라며 “정부와 관계기관도 큰 책임감을 느끼고 문제점을 철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FD 규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실제 투자자 유형이 드러나도록 보완했다. CFD의 실제 투자자는 96.5%가 개인이다. 지금까지는 CFD 거래에 따른 주식매매 주문을 제출하는 증권사가 국내사일 경우 기관, 외국사는 외국인으로 투자자 정보가 집계됐다. 이에 해당 종목에 기관·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었다. 이같은 오해 방지를 위해 실제 투자자 유형이 표기되도록 개선된 것이다.

이와 함께 CFD도 신용융자처럼 전체 및 개별종목별 CFD 잔고 등을 투자참고지표로 공시한다. 레버리지 투자자금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시장참여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타 제도와 CFD 간 규제차익도 없어진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를 포함해 전체 한도를 자기자본 규모 이내로 관리하게 된다. 신용융자와 동일하게 변경된 셈이다. 저유동성 종목 등에 대한 CFD 취급은 제한된다. 

그동안 CFD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됐다. 신용공여한도의 제한이나 업계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CFD 영업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저유동성 종목 투자에 이용되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증권사 전망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실제 투자자 유형 표기와 CFD 잔고 공시 등 거래 투명성을 위한 방침에는 긍정적이나, 규제에 따른 시장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증권사별 CFD 잔액은 교보증권이 618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키움증권 5576억원, 삼성증권 3505억원, 메리츠증권 3446억원, 하나증권 3400억원, 유진투자증권 1485억원, DB금융투자 1400억원 순으로 드러났다. 

CFD 잔액 상위권은 증권사들이 대부분 대형사인 반면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중소형 증권사다. 이들은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 미만으로 알려졌다.

통상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다. 이번 규제로 신용공여 한도에 CFD가 포함되면 자기자본 내에서 관리해야 된다. 자기자본 규모 대비 CFD 잔액 규모가 높은 유진투자증권과 DB금융투자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중소형 증권사들은 CFD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형 증권사들도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은 CFD에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을 개인전문투자자 중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월말평균잔고 3억원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 경우 투자 요건을 충족하는 이용자는 현재의 22% 수준으로 떨어진다. 수익성 감소와 동시에 사업성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CFD를 취급한 증권사들 중 일부에게는 또 다른 악재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CFD 사태를 엄벌하겠단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서다.

지난달 24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단성한)는 키움증권과 KB증권을 압수수색했다. 4월 말 폭락한 종목들의 차액거래결제(CFD) 관련 기록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금융감독원도 신탁과 랩어카운트 운용 실태를 통해 통정 거래 관행을 살펴보면서 CFD 문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3일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교보증권 등 타 증권사까지 검사를 확대해 실시 중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문제점을 대거 적발했다. 일부 증권사가 비대면 CFD 계좌 개설 시 본인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 투자자에게 교부하는 핵심 설명서에 투자 위험을 실제보다 축소해 안내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교보증권에서는 CFD 담당 임원이 마케팅 대금을 국내 CFD 매매시스템 개발업체로 송금해 업무상 배임 정황도 나타났다.

수면위로 점차 떠오르는 CFD의 ‘불완전판매’ 의혹에 당국의 징계 가능성이 조명된다. 과거 대규모 투자자 손실을 부른 라임·옵티머스와 같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졌던 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 

당시 금감원은 해당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및 증권사 CEO에 대해 중징계를 처분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되진 않은 상태다. 그러나 CFD의 경우 전문투자자 자격이 필요해 불완전판매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와 비교하기엔 결이 다르다”며 “CFD의 경우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상품이고, 전문투자자들에 한해 거래할 수 있어 일반 금융소비자보다 무거운 자기투자책임이 부과된다는 점이 큰 차이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내부 문책 가능성을 제기한다. 과거 홍콩 H지수 폭락에 따른 ELS 운용손실 이슈가 불거지면서 일부 증권사들의 부서장과 해당 임원들이 물갈이됐다. 투자실패로 판가름 날 경우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FD 사태도 부실채권에 의한 일부 손실이 예상되는 상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CFD 전문투자자 계좌를 만드는 데 인증 방법이나 정확한 안내에 대한 것들이 논란이 될 수는 있다. 다만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불러일으킬 정도가 아닌 곳이 많다”며 “회사마다 정책적으로 다르겠지만 ELS 운용손실 당시와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첨언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