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제품 아닌가요?”…해열제 부족한데 소비자 불신까지

기사승인 2023-06-08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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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제품 아닌가요?”…해열제 부족한데 소비자 불신까지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진열대. 갖가지 어린이 감기약이 놓여있다. 동아제약의 챔프 시리즈와 대원제약의 콜대원 시리즈도 꽉꽉 채워져 있다. 해당 약국 의사는 “잘 나가던 제품 라인인데, 요즘은 판매가 아쉽다. 재고가 많다”고 전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최근 대중적인 어린이 해열제 두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가 이뤄지면서 아이를 둔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해열제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약국에 대체제로 공급되는 같은 회사의 다른 감기약 제품들도 불신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과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아제약의 ‘챔프시럽’과 대원제약의 ‘콜대원 키즈펜시럽’을 잠정 판매·생산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챔프시럽은 색이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 현상이, 콜대원 키즈펜시럽은 맑은 액상과 현탁 액상이 제대로 섞이지 않는 상분리 현상이 일어나 조사 대상이 됐다.

챔프시럽과 키즈펜시럽은 해열제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달린다. 이들 제품의 안전성에 제동이 걸리자 약국가에서는 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찾는 대표적인 어린이 해열제 성분으로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이 꼽힌다. 챔프시럽, 키즈펜시럽을 비롯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는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 계열에 비해 어린 나이, 즉 생후 4개월부터 투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성분의 해열제와 교차 복용이 가능해 수요가 훨씬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은 교차 복용할 수 없다. 

대체 약품 있지만 소비자 반응 미온적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계열 제품이 약국에 자리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회수 통보를 받은 해당 제약사의 타 제품들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해, 불신이 일고 있다. 

서울 종로구 지역의 한 약사는 “오전에 콜대원 콜드시럽 제품을 사간 손님이 오후에 전화를 해 ‘회수 조치된 제품을 판매하면 어떡하나’라며 따진 적이 있다.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고 거듭 설명하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며 “식약처 조치를 받은 회사의 다른 약들도 수요가 줄었다”고 전했다.

돌 지난 남아를 키우는 엄마 김모씨(38세)는 “최근 엄마들 사이에서는 타이레놀 현탁액 또는 멕시부펜 제품이 최선책으로 선택받는 추세다.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계열이더라도 이슈가 됐던 회사의 제품을 굳이 사지는 않는다. 다른 제품들을 회수 제품으로 오해하는 엄마들도 있는 것 같다”며 “차라리 병원에서 처방을 받는 게 마음 편하다”고 털어놨다.

7개월 아이를 둔 엄마 이모씨(34세)는 “해열제 이슈 이후로 물약 먹이는 것이 꺼려진다”면서 “다른 성분의 약이라도 같은 회사 제품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시럽이면 제조 과정도 비슷할 텐데 이상이 없을 거라고 어떻게 확신하나”라고 짚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약국 관계자는 “다른 제품은 이상이 없는데도 우려를 놓지 못하는 소비자가 있다. 그렇다고 약사가 일일이 해명하면서 약을 판매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 중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계열만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나이, 이상반응 등을 살펴봤을 때 이부프로펜 계열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도 처음 쓰거나 부작용을 걱정해 구입을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을 가끔 본다”고 했다. 

“다른 계열 해열제도 충분히 대체 가능”

대원제약은 보건 당국의 지침에 대해 “제제 개선 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아제약은 제품에 대한 보고서를 식약처에 제출하고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식약처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개선방안을 요구하든 빠르게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식약처는 지속되는 해열제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조치에 대한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 중이며,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결과를 보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대체 의약품으로 △텔콘알에프제약의 ‘내린다시럽’ △맥널티제약의 ‘신비아시럽’ △삼아제약의 ‘세토펜건조시럽’ △신일제약의 ‘파세몰시럽’ △조아제약의 ‘나스펜시럽’ △한국존슨앤드존슨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등을 제시했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해열제가 부족하다면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한미선 서울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해열제가 가장 흔하게 쓰여 왔기 때문에 품귀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며 “생후 6개월이 지난 아이라면 이부프로펜 같은 다른 성분의 해열제를 사용해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유독 아세트아미노펜에 한해 효과가 있거나 신장이 좋지 않은 아이가 아니라면 없는 제품을 계속 찾는 것보다 다른 성분의 해열제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이 38도 이상이라도 탈수 증상이 없거나 음식을 잘 먹고, 많이 힘들어하지 않으면 해열제를 꼭 복용할 필요는 없다”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시원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한이 있어도 너무 껴입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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