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던 널 기억해” 동덕여대 캠퍼스 사고 추모 분향소 [가봤더니]

학생들 “수년 전부터 안전 문제 건의 나왔지만, 학교가 묵살”
간이분향소에 학생들 발길 이어져

기사승인 2023-06-08 17: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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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웃던 널 기억해” 동덕여대 캠퍼스 사고 추모 분향소 [가봤더니]
지난 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내 쓰레기장이 있는 언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담벼락. 8일 오전 현장 한 쪽에 사고로 사망한 대학생 A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마주쳤을 것 같아요.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산산조각 난 담벼락. 그 위에 사고 차량의 파란 페인트가 진하게 묻어 있었다. 사고의 흔적과 기억이 채 지워지지 않은 현장. 그 앞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계속 오갔다.

8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 마련된 간이분향소에도 학생들 발길이 이어졌다. 하얀 국화꽃이 소복이 쌓였다. 지난 5일 오전 교내 쓰레기장 앞 언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지난 7일 숨진 재학생 A(21)씨를 추모하는 공간이다. 분향소에 들어선 동덕여대 학생들은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이 맺힌 채 꽃을 두고 가는 학생도, 조용히 서서 추모 공간을 지켜보는 학생도, 서로에게 안겨 고개를 묻고 조용히 통곡하는 학생도 있었다.

A씨와 같은 학과 동기인 재학생 B씨는 바닥에 앉아 국화꽃을 정리하고 있었다. 함께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던 친구가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했다. B씨는 “학생회와 학교 측이 함께 장례식장으로 갈 것”이라며 “학생들이 분향소에 적고 간 포스트잇과 꽃 등을 정리해서 유가족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모 공간은 재학생들에 의해 먼저 만들어졌다. 숨진 학생과 같은 학과와 총학생회 재학생들이 주축이 돼 전날 사고 현장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학교 측도 대학 정문 인근에 추가로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는 “학교 여러 곳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입구 근처에 추모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항상 웃던 널 기억해” 동덕여대 캠퍼스 사고 추모 분향소 [가봤더니]
8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내 간이분향소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   사진=임지혜 기자

유족과 학생들은 그동안 학교 측이 쓰레기장을 이동해달라는 민원을 사실상 묵살해 왔다며 예견된 사고였다고 분노했다. 동덕여대 학생회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가파른 언덕에 있는 쓰레기장 위치를 바꿔 달라고 건의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학교 측과 회의에서 안전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학교 측은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쓰레기장은 해당 대학 캠퍼스의 모든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다. 학생들에 따르면 평소 쓰레기 수거 차량에는 많은 양의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쓰레기 무게 때문에 사고가 생길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특히 강의동, 기숙사와 인접해 있고 가파른 언덕길이라 학생들은 늘 불안해했다. 학생들의 민원은 끊이지 않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결국 한 학생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나서야 학교 측은 사고가 난 언덕에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전봉을 설치했다. 이날 오전 설치된 안전봉은 시멘트가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학생회 관계자에 따르면 유족들은 전날 추모 장소를 방문해 “학생 모두가 피해자”라며 “딸과 같은 사고가 더는 벌어지지 않도록 학교가 대책을 세우고 안전 관련 시설을 늘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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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내 교통사고가 발생한 장소에 안전봉이 설치됐다.   사진=임지혜 기자

학교 측은 해당 구역의 안전 관련 민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어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언덕 한쪽에 계단을 만들고 언덕 위에 있던 주차 공간을 없앴다”면서 “그런데도 이러한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언덕의 계단을 이용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사고 이후인 이날도 대부분 학생은 언덕길을 따라 이동했다. 한 학생은 “숭인관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굳이 그 계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강의실로 이동하는 이동 경로로 오히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계단은 언덕길 왼편에 마련돼 있고, 학생들이 주로 강의를 듣는 숭인관은 언덕 끝 오른편에 위치해 있다.  

사고 이후 학교 측 대응을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내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학생들은 사고 발생 이틀 후에야 소식을 들었다. 학생회 한 관계자는 “학교 측은 ‘(피해 학생이)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두고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 총장은 전날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대학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입장문을 읽은 한 학생은 “사고가 난 곳은 수업이 매우 많은 건물 사이 공간”이라며 “학교 측은 ‘유감’만 밝히고 어떻게 책임질지, 재발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를 할지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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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교통사고로 숨진 대학생 A씨를 추모하는 동덕여자대학교 간이분향소.   사진=임지혜 기자

사고를 낸 80대 운전자 C씨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은 많지 않았다. 학생회 관계자는 “사고가 난 언덕은 젊은 운전자가 운전해도 위험한 곳”이라며 “(운전자가) 80대든, 30대든 누가 운전해도 위험하다. 가파른 언덕에 무거운 트럭이 이동하고, 인도와 도로 구분 없이 만들어놓은 학교 측의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사고를 낸 운전자 C씨는 여러 차례 재계약하며 해당 대학에서 긴 시간 근무한 계약직 직원이다. 서울 종암경찰서에 따르면 C씨는 음주운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사고 당시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운전 미숙으로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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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교통사고로 숨진 대학생 A씨를 추모하는 동덕여자대학교 간이분향소에 놓인 국화꽃.    사진=임지혜 기자

오히려 학생들은 사고 이후 교내 미화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를 하는 것을 우려했다. 한 학생은 “오늘 오전 미화 직원이 손수레를 끌고 언덕 위 쓰레기장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손수레를 끌고 언덕을 오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교 관계자는 “손수레를 끌어 쓰레기를 옮기라는 지침을 내보낸 적 없다”고 했다. 다만 쓰레기장을 다른 장소로 옮기기 위해 논의 중이며 그전까지는 추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쓰레기장 이동 전까지 교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내 이동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서울 종암경찰서와 동덕여대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8시50분쯤 이 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A씨는 교내 언덕길에서 내려오던 쓰레기 수거 차에 치였다. B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판정을 받았고, 이틀 만인 7일 오후 결국 사망했다.

임지혜 이예솔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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