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투자증권이 투자한 피델리스자산운용의 사모부동산펀드 손실이 커지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기준 취득원가 대비 절반 가량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해서다. 특히 피델리스운용은 무역펀드 문제로 환매 중단사태를 맞았던 운용사다.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징계 처분을 받은 만큼, 신한투자증권의 펀드 손실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이 관계기업에 투자한 피델리스 글로벌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2호(재간접형)에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99억2500만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준가 하락에 따라서 지분법 손익의 수치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펀드 투자에 대해 “지분율이 50% 초과이고 유의적인 영향력은 있으나, 사실상의 지배력에 따라 재무 및 영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해당 출자액을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자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지분법 손실이란 피투자회사의 순손실에 대한 투자회사의 지분이다. 취득 시점에 피투자회사의 장부금액과 취득원가의 차이를 상각한 금액에서 투자회사 내부거래에 따른 손실이다.
신한투자증권이 투자한 피델리스 글로벌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2호 펀드의 취득원가는 220억1100만원이다. 그러나 장부금액은 120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기 장부금액은 219억4600만원이었다. 올해 들어서 취득원가의 절반가량 손실이 발생했단 얘기다.
피델리스운용은 전문투자형 대체투자자산운용사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8월9일에 설립했다. 아울러 경영, 부동산, 해외투자 등 컨설팅업을 주요 목적사업으로 영위했다. 이후 기획재정부로부터 전문사모집합투자업으로 등록해 2016년 12월 주요 목적사업을 전문사모집합투자업으로 변경했다. 관련 사업 및 종전 컨설팅업도 부대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56개 펀드에 총 3659억원을 모집해 운영 중이다.
피델리스운용의 설립자는 장명기 전 대표다. 장 대표는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지난 2011년까지 외환은행 수석부행장과 동은행 상임이사를 지냈다. 지난해 말 기준 피델리스자산운용의 지분 1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현재 직위는 기타비상무이사로 분류됐다. 임기는 오는 2025년 7월30일까지다.
신한투자증권이 투자한 피델리스 글로벌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2호 펀드가 재간접형이다. 쉽게 말해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해당 펀드의 경우 1호 펀드에 재투자한 형식이다.
피델리스운용은 지난 2019년 ‘피델리스 글로벌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투자신탁’을 결성해 미국 뉴욕 멘헤튼 소재 몬드리안 호텔 메자닌(중순위)에 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시니어론은 약 1억1000만달러 규모로 미국 내 대형 은행인 키뱅크와 JP모건이 참여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해 전 세계적인 펜데믹 상황까지 확산되면서 사업 부문은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나스닥에 상장된 주요 호텔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사례를 보면 지난 2020년 2분기 매출 14억6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영미권에서 부동산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코스타에 따르면 멘헤튼의 몬드리안 호텔은 지난 7월 국제 부동산 개발 및 투자 회사인 글로벌 홀딩스 매니지먼트 그룹에 매각됐다. 글로벌홀딩스는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2020년 호텔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게 되자 2021년 6월 해당 자산에 대해 1억1000만달러 선순위 모기지 대출을 구입했다. 올 6월말까지 금액이 상환되지 않자 계약 합의대로 호텔은 글로벌 홀딩스에 넘어갔다.
피델리스운용은 펀드 리스크가 발생했던 운용사다. 무역펀드 문제로 환매 중단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과 같은 지주사 신한금융의 계열사 신한은행은 싱가포르 무역회사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인 피델리스무역금융펀드 기반 12개 펀드를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1월까지 판매했다. 판매액은 약 1800억원, 대상 고객은 380명으로 알려졌다. 해당 펀드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무역 상황 악화로 유동성 문제를 겪어 만기일 이후 원리금 상환이 불발됐다.
당시 투자 피해자들은 운용사인 피델리스운용과 신한은행을 불완전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또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피해자들에게 100% 보상을 진행했었다. 지난 5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주사대는 피델리스운용에 이어 신한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때문이다.
이처럼 리스크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CEO들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시기에 계열사의 불완전판매 혐의와 손실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제21차 정례회의에서 금융사의 지배구조법 위반에 대한 조치를 최종 의결하면서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다른 금융사와 달리 펀드 판매뿐 아니라 라임관련 펀드에 TRS (Total Return Swap) 거래로 레버리지 자금을 제공하는 등 펀드의 핵심 투자구조를 형성했다”며 “그럼에도 이를 실효성 있게 통제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만큼 임원에 대하여 중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김형진 신한투자증권 전 대표이사에 직무정지 1.5개월 상당의 퇴직자 조치를 추가했다. 아울러 신한금융과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에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했다. 그 밖에 기관 조치는 금감원이 별도 조치할 예정이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