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정후, 지난 5일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장
관건은 빠른 공 관건 및 중견수 소화…4~5개팀이 이정후에 관심

기사승인 2023-12-09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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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는 이정후. 연합뉴스

한국 최고의 타자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2017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데뷔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884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8을 기록하며 KBO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에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내부 논의를 거친 키움은 지난 1월 시즌 종료 후 이정후의 포스팅 시스템 진출을 허락했다. 

이정후는 지난 7월 왼쪽 발목 신전지대(발목 힘줄을 감싸는 막) 손상 진단으로 전열에서 이탈했지만, 그를 향한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은 여전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이후 재활에 전념한 이정후는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였고, 리그 최종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미 한국 무대를 평정했던 그였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재능이 통할지 여부가 관심사다. 이제껏 많은 한국인 타자들이 메이저리그를 노크했지만 성공했다고 판단되는 타자는 추신수(SSG 랜더스), 강정호(은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츠) 정도다.

이정후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안타를 때리는 이정후. 연합뉴스

관건은 빠른공 적응이다. KBO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140㎞대지만, 메이저리그에는 150㎞을 넘어 160㎞대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차고 넘쳤다.

2021년 빅리그에 입성한 김하성도 지난 두 시즌 간 빠른 공 적응에 애를 먹었다. 김하성은 타격폼을 몇 차례 수정해 나갔고, 올 시즌에는 1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OPS 0.749 등을 기록했다. 팀의 1번 타자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유망주 평가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이정후를 평가하며 타격 60점(최저 20점, 최고 80점)을 매겼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빠른 좌타 스윙, 그리고 뛰어난 핸드 아이 코디네이션(손과 눈의 협응 능력)을 갖춘 모범적인 타자”라며 “공을 빠르고 일관되게 구분하고, 그라운드 전역에 타구를 보낼 줄 안다. 성숙하고 인내심 있는 타격 어프로치로 스트라이크존을 컨트롤하고, 좌⋅우 투수와 직구⋅변화구를 모두 공략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정후는 MLB의 더 빠른 공에도 적응할 수 있는 운동 신경과 배트 스피드를 지녔다. 적응한다면 평균 이상의 타자가 될 수 있다. 공을 아주 강하게 치진 않지만, 담장을 넘길 충분한 파워가 있다. 시즌 당 10~15개 홈런과 함께 2루타를 쳐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비 위치도 관심사 중 하나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주로 중견수로 활약했지만, MLB에서도 중견수로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는 수비력이 뛰어난 중견수가 적은 만큼, 이정후의 중견수 소화 가능 여부에 따라 이적료 책정 가치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지 매체들의 의견은 엇갈리는 편이다. 뉴욕 지역 일간지 AM 뉴욕은 “MLB 생활에 수월하게 적응하려면 KBO에서 주로 맡았던 중견수보다 좌익수로 옮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 MLB닷컴은 “KBO 골든 글러브를 5차례 수상한 이정후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정후는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달 13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함께 관람하는 김하성(왼쪽)과 이정후. 연합뉴스

아직까지 의문부호가 붙어 있으나 이정후의 가치는 높게 책정되고 있다. 이번 FA 외야수 자원 중 코디 벨린저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 다음으로 이정후가 거론된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FA 25명에 대한 순위를 매기면서 이정후를 14위에 올렸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FA 랭킹 18위로 평가했다. 대형 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있는데 ESPN은 5년 6300만달러(약 821억3310만원), CBS스포츠는 6년 9000만달러(약 1173억300만원) 조건에 계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력한 행선지 중 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던 시절부터 영입 움직임을 보였다. 피트 퍼텔러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지난 10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이정후의 활약상을 직접 보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시즌 확고한 중견수가 없어 골치를 앓았던 만큼 이정후를 영입해 중견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도 이정후 영입전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당초 샌디에이고는 이정후 영입에 크게 움직임을 가져가지 않았지만 지난 7일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을 뉴욕 양키스에 보내면서 마이클 킹과 드루 소프, 조니 프리토, 랜디 바스케스, 카일 히가시오카 등을 받아왔다.

트레이드로 주전 외야수와 중견수가 빠지면서 샌디에이고는 스토브리그 외야수 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정후 영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영입 후보군으로 꼽히던 양키스는 두 명의 굵직한 외야수에 이어 알렉스 버두고까지 보강한 만큼 예상 행선지에서 빠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뉴욕 메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차기 행선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이정후는 지난 5일 MLB 사무국에 의해 포스팅됐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30일째 되는 날인 내년 1월3일 오후 5시까지 30개 구단과 협상 가능하다. 한국시간으로는 다음달 4일 오전 7시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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