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1형 당뇨병 진단을 받고 나서 삶이 힘들어 수면제 처방법을 검색해 본 적 있어요.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은 대개 한 번쯤 극단적 선택에 대해 고민을 해요.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해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인슐린이 필요한 중증 당뇨병 관리체계 선진화 방안’ 토론회 현장의 공기가 1형 당뇨병 환자들의 흐느끼는 소리 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토론회장 한 켠에 줄지어 앉은 환자와 그 가족들은 ‘1형 당뇨병은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장은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들 중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환우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적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글이 이어지곤 한다”며 “우리나라는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지난 9일 충남 태안의 한 주택가에서 40대 남성 A씨와 그의 아내(38), 딸(7)이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다. 차량 안에선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함께 딸이 소아당뇨를 앓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1형 당뇨병은 몸에서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췌도부전당뇨병으로, 생존을 위해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지만 적절한 인슐린 양을 조절하는 것이 어려워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운 중증질환이다. 하루 4~5번 이상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를 해야 하고, 소모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매달 30만원가량의 비용을 들인다. 소아 환자는 스스로 관리가 어려워 가족 부담이 더 크다.
김 회장은 “개인 의지로 버텨내야 하는 일이 아닌, 적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땅히 지원돼야 한다”며 “1형 당뇨병을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하고 요양비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지원이 시급한 부분으로 ‘연속혈당측정기 및 인슐린주입기 요양비 제도 개선’을 꼽았다. 김 회장은 “연속혈당측정기나 인슐린주입기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필수품이지만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워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정부가 요양비로 이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적용 과정이 복잡해 이용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혈당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센서), 그리고 그 센서와 연동해 인슐린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인슐린주입기의 등장은 1형 당뇨병 환자에게 보다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나 처방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1형 당뇨병 환자 5만7000명 중 단 241명만이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치료·관리 수가 부재 △요양비 제도 △높은 가격 △렌탈 제도 부재 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요양비 제도의 경우 환자와 가족, 의료인 모두 불만을 제기한다. 요양비를 통한 지원은 환자가 직접 기기를 사고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뒤 정부에 신청해 일정 금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재현 대한당뇨병학회 췌도부전당뇨병TFT 팀장은 “인슐린주입기는 고도의 위해성을 지닌 4등급 의료기기임에도 요양비로 지원되는 탓에 병원 밖에서 관리되고 있다”며 “병원은 책임 소재를 우려해 처방을 꺼리고 불편한 절차로 인해 환자들도 기기 사용을 꺼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개입이 필요한 기기를 환자가 혼자 쓸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서 “요양비 제도로 잘못 분류돼 문제가 많다. 요양 급여로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슐린 펌프 지원이 전체 1형 당뇨병 환자의 7%에 해당하는 소아에 한해 지원되고 있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사안으로 지적된다. 김 팀장은 “60세 이상 고령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전체 1형 당뇨병 환자의 42%에 달하는 고령층은 합병증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보건복지부는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학계, 환자단체와 꾸준히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성훈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요양비 제도나 지원 대상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당뇨병 질환은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보험제도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환자단체, 전문가들과 논의를 이어가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