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 직후 입원했던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가 수술을 받은 것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의 잇단 설화에 더해 과거 논란까지 재조명되며 ‘의료체계를 무시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 피습을 당해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은 뒤 소방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헬기를 동원해 서울대병원으로 옮긴 것을 두고 의료계에선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절차를 무시하고, 정치인으로서 ‘특혜’를 누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잘하는 곳에서 해야”…‘지역의료 홀대론’ 일파만파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이송에 관한 야권 인사들의 해명이 논란에 기름을 붓기도 했다. 자칫 가족들이 원하면 전원이 가능하거나 서울대병원만이 수술을 ‘잘하는 곳’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이 대표가 서울로 이송되기 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응급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 (수술을) 잘하는 곳에서 해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 가족들이 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의료진이 이 대표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신 여선웅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 8일 YTN ‘뉴스라이더’에 민주당 측 패널로 출연해 “이 대표나 민주당에 반(反)하는 의료행위들이 진행돼서, 만약에 혹여라도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났다고 치면 이건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 역시 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사건을 보자면 목 부위에 살해 의도를 가진 피의자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었다”면서 “본인이랑 가까운 사람, 본인의 가족이라고 생각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를 두고 각 지역의사회에선 지역의료를 무시했다며 성명서를 내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분노가 식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여 전 정책관 발언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해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의 부적절한 발언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의료진들이 마치 이 대표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뜻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며 “의료계에 대한 도를 넘은 비방과 모욕에 해당한다”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부산광역시의사회도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정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했다.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버린 민주당의 표리부동한 작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꼬집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8일 이 대표를 비롯한 천준호 비서실장,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을 업무 방해·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임 회장은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보다 외상센터의 규모나 의료진의 수, 1년에 치료한 환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할 의학적인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이 대표 측은 굳이 서울대병원 이송을 고집하여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는 이번 이송 논란에 대해 이 대표의 개인적 사건으로 단순하게 해석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그간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설립법을 추진한 행보를 비춰볼 때 적절한 발언이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지역의료 활성화에 앞장서왔던 만큼 적절한 판단은 아니었다”며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정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고 경청할 대목이라고 본다. 의료체계를 무시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닥터카·대리처방…민주당 과거 논란도 재조명
과거 민주당의 의료 관련 논란도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논란이 대표적이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신 의원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 등 방해 금지) 위반 혐의로 지난해 5월26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이태원 참사 이후인 지난해 10월30일 오전 1시45분쯤 자신이 근무했던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의료진 수송차인 닥터카에 중도 탑승해 현장 도착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투입된 14개 병원의 15개 DMAT 중 25㎞ 떨어진 명지병원은 현장 도착까지 약 54분 걸렸다. 당시 비슷한 거리인 분당차병원(25분), 한림대병원(21분)보다 20~30분가량 늦게 도착해 비판이 일었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아내 김혜경씨가 연루된 ‘의약품 대리 처방’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은 도청 공무원 배모씨가 김씨의 호르몬 약을 수차례 대리 처방받은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직접 진찰 받은 환자가 아니면 처방전을 수령하지 못한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