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영웅 아닌, 살아서 끝까지 국민 지키고 싶다” 소방관의 눈물

“죽어서 영웅 아닌, 살아서 끝까지 국민 지키고 싶다” 소방관의 눈물

소방노조, 문경 화재 순직 공무원 재발 방지 대책 촉구 집회

기사승인 2024-02-07 16:50:47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소방노조 집회에 참석한 소방관들이 지난 1일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숨진 소방대원 2명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문경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 2명을 떠나보낸 소방 동료들이 현장 대원들의 안전 대책 마련과 순직자에 대한 예우 강화를 촉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소방관들은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이 지켜지는 사회를 희망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소방청지부,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소사공노) 등 소방노조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소방공무원은 도구가 아니”라며 “정부는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현장에선 잇단 소방관의 순직에도 여전히 열악한 업무 환경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이 쏟아졌다. 소방관 일부는 집회 내내 연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문경 육가공 공장 화재에 순직한 소방관들과 현장에 있었던 박일권 소사공노 위원장은 열악했던 구조 현장을 떠올리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화염이 얼마나 센지 동료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고함을 쳤다”며 “무인파괴방수차로 화재를 진압했으면 (숨진 소방관들을) 더 빨리 찾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현장에는 정부가 말하는 첨단 장비는 없었다”면서 굴삭기만이 구조를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뜨거운 화재 현장에 (우리는) 들어가지 못했다. 숨진 박수훈 김수광 소방관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그 안에서 (구조자를) 찾고 있었다. 마지막 대피 명령을 듣고 나와야 했지만, 우리 곁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간 정부는 ‘첨단 장비를 동원해주겠다’ ‘인력 충원해주겠다’고 했지만 모든 게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지난해 12월1일에는 임성철 소방관이 제주 한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다 건물 잔해에 부상을 입어 순직했다. 같은 해 3월6일에는 입사 10개월차 성공일 전북 소방관이 노인을 구조하기 위해 화염에 휩싸인 주택에 들어갔다가 숨졌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소방청지부,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 노동조합 등 소방노조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이날 소방노조는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 중 순직한 432명 소방관을 언급했다. 고진영 국공노 소방청지부 위원장은 “다음 순서로 (사망자) 명단에 새겨질 이름에 언제든 새겨져도 이상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위험하지 않은 현장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현장을 극복하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각 소방노조는 한목소리로 순직자 및 공상자에 대한 예우 강화와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김주철 소방공노 경북위원장은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숨진 소방관들에 ‘근정훈장’이 추서되는 것과 관련해 ‘퇴직자에게 주는 개근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가와 국민 안전을 위해 일하다 순직한 이들에게 (국가안전보장에 공을 세우면 주는) 보국훈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소방공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4명의 소방관이 순직했지만 모두 근정훈장을 받았다.

소방관 순직 때에만 처우 개선이 반짝 관심을 받는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 경북위원장은 “홍제동 주택 화재 참사(2001)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또 문경에서 소방관들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노조가 생겼어도 정부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슈 때만 반짝(관심)할 것이 아니다. 화재진압수당은 월 8만원으로 2001년 이후 22년간 멈춰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법에 따라 소방공무원은 쟁의행위로 금지된 만큼 정치권과 사회가 국민과 소방관의 안전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소방노조는 △온전한 소방 국가직 마련 △예산 및 인력 확대 △소방공무원에 대한 예우와 처우 요구 △생명존중혁신위원회(가칭) 구성 등을 촉구했다.

소방관들의 바람은 국민과 소방관 모두 안전한 사회다.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죽어서 영웅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끝까지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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