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된다, 경이로운 ‘듄2’의 세계에 [쿡리뷰]

기사승인 2024-02-22 0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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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된다, 경이로운 ‘듄2’의 세계에 [쿡리뷰]
영화 ‘듄: 파트2’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폴(티모시 샬라메)은 꿈에서 자꾸 미래를 본다. 사막 원주민인 프레멘 사이에서 폴은 불청객이자 이방인 처지.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대모로 올라서며 폴 역시도 달라진다. 어느새 북부 사막의 우두머리까지 올라선 폴. 그는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이 영 거북하지만 조금씩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 이하 듄2)는 그 자체로도 온전한 영화다. 작품이 품은 세계관은 방대하지만 전개가 꼬임 없이 명쾌해 이해하기 좋다.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에게도 활짝 열려있는 인상을 준다. ‘듄’을 몰라도 폴의 행적을 좇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스민다.

영화는 폴의 성장과 함께 종교와 정치가 결합해 탄생한 지도자의 위험성에 주목한다. 프레멘 사이에 끼지 못하던 폴과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각각 프레멘의 전사와 대모로 인정받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갖기 시작한다. 프레멘들은 폴을 구원자 ‘리산 알 가입’으로 여긴다. 원작 소설을 쓴 프랭크 허버트 작가는 ‘듄’을 통해 무조건적인 숭배를 꼬집으려 했다고 한다. 전편 개봉 후 폴이 인기를 얻자 이를 경계해 ‘듄의 메시아’를 다시 출간하며 우상화를 경계했단다. ‘듄2’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흔적이 느껴진다. 프레멘 사회의 정점에 선 폴의 모습은 경이롭지만 동시에 기괴하다. 추앙받던 걸 불편해하던 폴이 이를 이용해 새 예언자로 추대되는 과정을 보면 여러 생각이 오간다.

압도된다, 경이로운 ‘듄2’의 세계에 [쿡리뷰]
‘듄2’ 스틸컷.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듄1’이 앞으로를 위한 포석이었다면 ‘듄2’는 인물 간 관계와 위치 변화, 주인공의 성장과 변곡점을 동시에 아우른다. 폴과 마음을 나눈 챠니(젠데이아)는 변해버린 그와 예언에 집착하는 부족 사람들이 영 불편하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생존자를 쫓는 하코넨 가문은 포위망을 점점 좁힌다. 프레멘을 이끄는 폴은 황제와 하코넨 가문을 향한 복수에 나선다. 정치적인 내용과 SF 장르에 충실한 볼거리가 어우러져 오락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눈에 띄는 건 페이드 로타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배우 오스틴 버틀러다. 잔혹한 암살자이자 사이코패스인 그가 등장해 무력을 뽐내는 흑백 시퀀스가 압권이다. 비중이 많지는 않으나, 스크린에 나타날 때마다 존재감이 상영관을 가득 채운다. 티모시 샬라메는 불안감을 안고 있던 전편과 달리 다부져진 폴의 모습을 잘 표현한다. 둘이 대적하는 장면은 한 편의 예술 공연을 보는 듯 멋이 가득하다. 프레멘 수장 스틸가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 역시 인상적이다. 

‘듄2’는 아이맥스관에서 봐야 빛을 발할 영화다. 소리와 화면에 공 들인 티가 확실히 나서다. 대형화면에 가득 들어차는 사막 경관은 경이롭다. 웅장함을 살린 영상미가 눈을 황홀하게 한다. 폴이 모래벌레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에선 상영관 내 의자까지 격렬히 흔들릴 정도로 음향효과가 대단하다. 보는 내내 영화에 압도되는 듯한 경외심이 든다. OTT 플랫폼이 대세로 떠오른 지금 시대에 걸맞은 극장용 영화다. 오는 28일 전 세계 최초 개봉. 12세 이상 관람등급. 상영시간 165분.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