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한번, 중국에 두번…‘K-게임’ 살릴 총선 공약 ‘빈칸’

‘게임 성지’ 분당 공약 ‘재건축‧인프라’에 집중
新시장 발굴‧비게임 산업 융합 가능성 높지만
정작 게임 관련 공약은 실종된 제22대 총선

기사승인 2024-04-03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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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한번, 중국에 두번…‘K-게임’ 살릴 총선 공약 ‘빈칸’
지난해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가 열린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모습.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가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5명 중 3명이 ‘게임 인구’로 집계되는 등 게임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련 공약은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진흥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22대 국회 기간 정책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정당정책을 쿠키뉴스가 분석한 결과, 게임 산업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 목표를 제시한 곳은 없었다. 게임사가 몰려있는 선거구인 분당갑과 분당을 후보 공약을 살펴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속도감 있는 재건축 추진, 교통 인프라 신설과 보완이 주를 이룬다. 첨단 기술 공약은 AI 밸리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판교 이전 추진 정도다. 게임 산업은 ‘손 놓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총선이 바짝 다가오며 하나둘 게임 공약이 나오고 있다.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SNS에 올린 7대 취향저격 공약에 ‘게임중독 근거법 개정’, ‘인디게임 공공플랫폼 활성화’, ‘불공정한 게임 환경 개선’ 등이 담겨있다.

e스포츠 공약도 찾아볼 수는 있다. 엔씨소프트 전무이사 출신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구을 후보는 e스포츠 테마 시티 조성을, 전병헌 새로운미래 서울 동작구갑 후보는 e스포츠 주관 대회 활성화와 투자 촉진 등을 위한 시민연대기구 창설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규제와 e스포츠 인프라 확충에만 집중돼 있어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은 개개인이 살아남아야 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지역 인프라 확충과 e스포츠를 엮을 수 있다 보니 이런 공약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거대 양당이 내세우는 게임 진흥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실효성 있는 공약이 필요한데, 규제나 인프라에 치우치는 등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규제에 한번, 중국에 두번…‘K-게임’ 살릴 총선 공약 ‘빈칸’
안철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자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에 출마했다. 사진=임형택 기자

게임 산업은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국외 수출 잠재력이 커서다. 콘진원은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서 올해 아프리카 게임시장 규모가 약 1조35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게임 이용자 역시 2억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변동성이 높은 중국이나 기존 세력이 탄탄한 북미‧유럽 외에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엔진, VR 등 게임 기술을 비게임 산업에서 응용할 수도 있다. 주목받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나 메타버스, 가상 경제 구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영국 게임산업협회 역시 지난해 11월 게임 기술이 임업, 의료 등 여러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등 게임 기술을 활용할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면서 “‘김남국 의원 사태’ 이후 부정적인 관점으로만 보는 듯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진흥책 공백 속에 국내 게임사 위기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엔씨소프트, 넥슨게임즈,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 모두 주가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해외 게임이 주요 매출 순위를 점령하기도 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서 지난 2월 월간 통합 매출 순위 30위까지 살펴봤을 때, 13개 게임이 해외 게임이며 1위와 3위 모두 중국 개발사 게임이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역차별이 아닌 국내 게임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면서 “확률형 아이템만 해도 이미 입법화된 부분이긴 하지만, 해외 게임사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역시 미래 성장 동력 약화를 우려했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아직은 ‘K-게임’이 잘 버티고 있지만,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산업이 위축되면 그 산업을 지탱할 미래 인력들도 동력을 잃는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채용 한파도 체감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당선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총선이 끝나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구성되면 보다 적극적인 게임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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