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정전기로 세균 죽이는 휴대형 물병 나왔다

보건취약, 재난피해 지역 등 수인성 질병 예방 기대

입력 2024-04-15 19: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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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로 병원균에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휴대형 물병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김상우 교수팀이 중국 인민대⋅칭화대와 공동연구로 전기천공법을 활용해 수인성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휴대용 장치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보행 정전기로 세균 죽이는 휴대형 물병 나왔다
인체정전기와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를 활용한 병원체 제어 매커니즘. 한국연구재단

전기천공법은 병원체의 인지질 이중막 주변에 강한 전기장을 인가하면 주변에 축적된 이온이 강한 압축응력을 형성해 박테리아 등의 인지질 이중막에 구멍을 내는 기술이다.

수인성 병원균은 염소처리나 막 여과 등을 거친 물이라도 유통과 저장 과정에서 퍼질 수 있어 위생여건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오염 식수가 주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때문에 상수도가 부족한 저개발지역을 위해 정수기능을 갖춘 휴대용 물병 보급이 추진됐지만, 염소처리나 자외선 조사 등 수처리 기술 적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에는 전기나 광촉매로 활성산소를 생성해 정수하는 방법이 도입됐지만, 이는 별도 에너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에 공동연구팀은 걸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로 전기장을 만들고, 이를 전도성 고분자 나노로드로 극대화 시켜 물통 속 병원체를 사멸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보행 중 발생하는 정전기는 빠를수록 더 큰 전기장을 만드는데, 빠른 걸음에서는 493V까지도 생성 가능하다는게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병원체가 보행 정전기로 만든 강한 전기장 주변을 지나면서 전기천공법으로 표면에 구먼이 나면서 완벽히 사멸하는 것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이 휴대용 정화장치를 들고 10분 동안 보행한 결과 병원체 99.99%가 사멸했고, 80회 이상 반복실험에서도 성능이 유지됐다.

보행 정전기로 세균 죽이는 휴대형 물병 나왔다
휴대용 정화물통 사진 및 기존 방식과 비교. 한국연구재단

김 교수는 “수인성 질병은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한 일부 아프리카나 아시아 지역에서 공중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며 “보행으로 얻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병원균을 직접 소독하는 기술이 주민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영준 박사는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정수 휴대용 용기가 저개발 국가와 고립지역, 재해 피해주민에게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 4월 1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