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종류별 감염방식 제각각" IBS 맞춤형 치료전략 제시

코로나바이러스 4종 숙주세포 감염 메커니즘 규명

입력 2024-04-30 17: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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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호흡기 감염병을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금까지 7종이 확인됐다.

2003년 사스(SARS), 2012년 메르스(MERS-CoV), 2019년 팬데믹을 가져온 코로나19(SARS-CoV-2) 등과 매년 반복되는 감기 코로나바이러스(HCoV-OC43)도 이에 포함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야생동물과 가축에 존재하면서 종을 넘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다.

전염병 연구는 인체 장기 구조를 인공적으로 만든 오가노이드가 주로 쓰인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감염경로와 숙주세포의 반응 등 다양한 치료법이 연구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는 개별 코로나바이러스만 다뤘을 뿐, 여러 코로나바이러스 간 감염 메커니즘 차이를 복합적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 4종 감염 방식 제각각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맞춤형 치료전략을 제시했다.

IBS 최영기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신변종바이러스연구센터장팀이 이주연 국립보건연구원팀과 공동으로 코로나바이러스 4종의 서로 다른 숙주세포 감염 전략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공동연구진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등 4종의 바이러스를 오가노이드에 감염시켜 숙주와 바이러스 간 상호작용을 종합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각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세포의 변화, 감기 코로나바이러스(HCoV-OC43), 사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등 4종 바이러스 감염 후 세포 변화를 보여주는 현미경 이미지. IBS

연구진은 인간 기관지를 구성하는 기저세포, 클라라세포, 잔세포, 섬모세포 등 네 가지 주요 세포가 온전하게 자라난 기관지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

이를 통해 4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총 세포 수는 감소하지만, 호흡기 점액을 생성하는 잔세포 수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 침입에 대항해 점액을 바탕으로 기도 상피의 면역반응이 일어남을 의미한다.

아울러 연구팀은 각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표적하는 기관지 세포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는 클라라세포를 주로 감염시키는 반면 사스와 코로나19는 섬모세포를 주로 감염시켰다. 반면 메르스는 잔세포에 대해 현저한 감염 친화성을 보였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박동빈 박사후연구원은 “4종 중 감기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시킨 세포 수가 가장 많았지만, 세포 내 바이러스 증식 정도는 가장 낮았다”며 “이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달리 감기의 병원성이 낮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4종 바이러스에 대한 숙주 반응을 확인한 결과 바이러스 감염 시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지만, 바이러스 감염과 증식을 저지하는 인터페론 유전자 발현은 감소하는 경향이 공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바이러스 증식을 저해하기 위한 전략은 각각 달랐다. 

감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시엔 소포체에서 유래하는 부적절한 단백질에 대항하는 반응이 주로 작동해 바이러스 증식을 저해했고, 사스에 감염되면 숙주세포가 인산화반응을 매개로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절해서 증식을 저해했다.

또 메르스에 감염되면 세포는 점액 생산을 조절했고,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세포 내 중요한 신호전달자인 칼슘이온을 매개한 방어기작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4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의 차이점, 4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주로 감염시키는 세포에는 차이가 있었다. 감기 코로나바이러스는 클라라세포,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섬모세포,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잔세포에 주로 감염됐다. 그림은 코로나바이러스별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의 상대적 비율(A)과 감염 세포 내 증식 정도(B), 면역형광염색법을 통해 확인한 바이러스 감염 양상(C)을 보여준다. IBS

최 센터장은 “그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및 치료에서 섬모세포만 중요하게 다뤄진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클라라세포와 잔세포의 역할이 더 클 수 있음을 제시했다”며 “숙주-바이러스 간 상호작용 및 항바이러스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력을 확장한 만큼 향후 각 코로나바이러스에 특이적인 표적 치료전략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의학바이러스저널’ 4월 9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