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기대에 못 미친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

주요 추진 과제 12개 새로운 것 없고 항시 외쳐 왔던 당면한 현안
정치권 혁신적 성찰 ‘원팀’으로 전북 성장 견인할 ‘비상 행동’ 나서야

입력 2024-05-27 1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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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시선]기대에 못 미친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
전북특별자치도청 전경

쿠키뉴스 전북본부 데스크칼럼 <편집자시선>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과 현안들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하고 격려할 것은 뜨겁게 격려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 주변의 정치적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전라북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새로운 전북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아 참으로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전북의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해법 제시를 통해 발전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는 소통과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서거석 전북교육감, 도내 시장 군수, 4‧10 총선 당선인, 각계 시민사회 대표 등 전북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 150여명이 참석해 발제와 토론이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첫번째 발제에 나선 이남호 전북연구원장은 ‘전북 재도약 현안과 과제’를 주제로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새만금 국제공항, 아시아 항공물류 거점 공항 육성 △완주·전주 광역경제권 △첨단 상용모빌리티:전북자치도 경제 엔진 △한국의 맛·멋·소리, K-Culture 창의수도 등 5대 의제를 제시했다.

이어 전북대 송기도 명예교수는 ‘새로운 전북시대와 정치권의 역할’이라는 발제에서 전북 정치권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전북이 처한 '3중의 차별'인 영호남 차별, 수도권-지방 차별, 광주전남-전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이 힘을 모아 지역 주민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이익과 지역 이익이 충돌할 때 전북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며 중앙에 가서 전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라고 주문했다. 

송 교수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슬러 보면 전북 정치권은 결코 ‘약세’가 아니었다. 전북 정치권에는 역대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많았으나,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5선의원이 된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국회의장을 지낸 김원기, 장관과 총리를 지낸 정세균, 경제 장관 출신의 강봉균, 장영달, 정균환 등 큰 인물들이었는데도 지역 발전에서는 ‘큰 인물’이 아니었다.

소위 ‘계보’가 다르고 지역에서 지향하는 바가 상이해 측근만 살피고 중앙정치권 갈등 과정에서는 사분오열됐다. 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속내가 더 드러나 지원하는 후보가 달랐고 선거 후 큰 후유증도 남겼다. 유종근, 강현욱, 김완주, 송하진 등 역대 도지사들이 그 역학관계 속에서 심지어는 반목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현 김관영 지사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지역 정치인들의 지적이다. 

이어 ‘전북 100인 재도약 원탁회의’에서는 향후 주요 12대 추진 과제를 설정해 전북재도약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추진 과제 면면을 살펴보면 새로운 것은 찾아보기 어렵고 이제껏 현안으로 지적된 것들이다. 
 
전북애향본부가 정리한 12대 추진과제는 △새만금 특별자치시 설립 △새만금 국제공항, 아시아의 항공물류 거점 공항 만들기 △완주-전주 광역경제권 형성 △현대자동차를 수소버스·수소트럭의 메카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완벽 재가동 △완주군 국제수소거래소 설립 △전북 K-컬쳐 수도 만들기 △태권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전북농업을 스마트 농업의 본부이자 치유농업의 본산으로 만들기 △미식 관광 도시 만들기 △대도시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한 전북의 간선교통망 개선 △초등·중등학교 학생들의 학력 신장과 함께 적성 찾아주기 △전북 공연예술 메카 만들기 등이다. 

새만금 자치시, 새만금 물류 거점 공항, 완주-전주 통합, K-컬쳐 수도, 스마트 농업 본산, 미식 관광 도시, 간선교통망 개선 등 수없이 들어왔으니 제대로 한 발이라도 진전된 것이 없다. 태권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완벽 재가동, 학생들의 학력 신장 등도 이미 추진했지만 벽에 부딪힌 사안들이다. 

이번 원탁회의에 ‘전라북도가 생겨난 지 128년 만에 이런 원탁회의는 처음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대가 컸지만 추진 과제들은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라 항상 외쳐왔던 당면과제들이다. 윤석정 전북애향본부 총재 말대로 ‘이미 추진되고 있는 당연한 현안들’이다

물론 지역 발전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던 것들, 또 그 지역에 맞고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 추진하는 것이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으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이는 결코 획기적인 변화와 성장을 가져올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왜 이 수준에 머물러 있을까 그 원인을 찾는 일이다. 무엇이 전북 성장의 발목을 잡고 이 상황에서 머물게 했는가, 왜 인구가 12년간 계속 줄어 170만명이 붕괴됐고 청년들은 해마다 1만명 가량이 전북을 떠나는지 근본적인 해답을 구해야 한다. 

정동영 당선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끼리 작은 거 가지고 네 몫 내 몫 하면서 반목하지 말고 전북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함께 그리자. 전북 국회의원 팀장을 자처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하나 된 힘으로 지역의 발전 동력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모두 합심하여 ‘원팀’이 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사흘 후면 제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다. 

전북 현안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서로의 갈등 입장만 재확인할 것이 아니라 전북 정치에 대한 혁신적인 성찰과 도민 의식의 근본부터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전북의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솔선수범하여 똘똘 뭉쳐 도민들을 안심시키고 성장과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비상행동’이 필요하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