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대출 ‘더불어’에 들어온 1500만원 사연…“감동받아 기부 결정”

‘착한 대출’ 뒤에 존재하는 ‘얼굴 없는 천사’와 ‘양심적 채무자’

기사승인 2019-03-2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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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대출 ‘더불어’에 들어온 1500만원 사연…“감동받아 기부 결정”

해마다 연말이나 연초 ‘얼굴 없는 천사’ 사연이 심심찮게 보도된다. ‘선행’을 하면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스스로를 감추는 사람들이다. 최근 착한 대출로 알려진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더불어)에서 얼굴 없는 천사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더불어의 이창호 대표는 최근 법인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통장에 모르는 돈 1500만원이 입금돼서다. 개인 명의로 500만원, 기부금 모금단체 명의로 1000만원이 입금됐다.

더불어는 신용상태와 무관하게 절박한 사정만 보고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으로 소액을 대출해주는 단체다. 2012년부터 2000여건에 7억원 정도를 금융소외계층에게 대출해 오고 있다. 개인당 평균 대출금은 30만원 안팎이다. 재원은 기부금으로 마련하는데 주로 몇 천원에서 몇 만원씩 받는 자발적 후원금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간혹 연락도 없이 홈페이지 계좌번호를 보고 후원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큰돈을 ‘무작정’ 보내온 경우는 없었다. 이 대표는 혹여 잘못 입금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입금 금융기관에 연락해 봤으나 연유를 알 수 없었다.

기부금 모금단체에 전화를 해 보니, 어떤 법인에서 더불어에 기탁해 달라며 보내왔다는 것이다. 기탁자는 금융회사 단체인데 이름은 밝히지 말라며 끝내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500만 원을 보내온 개인은 수소문 끝에 연락해 본 결과 언론보도를 보고 더불어가 하는 일에 감동을 받아 기부하게 되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기부자는 통화 마지막에 “하시는 일이 더 잘되기를 기도한다”며 전화를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의 3무 대출은 ‘착한 대출’로 알려져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대출해 주고 추심을 하지 않음에도 자발적 상환율이 85%나 된다. ‘얼굴 없는 천사’에 ‘양심적 채무자’가 더불어의 ‘착한 대출’과 균형을 잘 이룬다.

더불어는 금융소외계층의 소액 금융문제 뿐만 아니라 목돈이 드는 틀니나 MRI촬영 등이 급히 필요한 사람들을 병원과 연결시켜 무료나 소액으로 해결하는 일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달에는 한성저축은행과 저금리 대출 협약을 맺어 신용불량자라 해도 더불어의 성실상환 이력 하나만으로 300만원까지 연 4%대로 대출해 줄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10명으로부터 대출신청을 받아도 아직은 재원이 부족해 2명 정도만 대출해 줄 수 있는 형편이 가장 안타깝다”며 “정부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 대책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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