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버벌진트의 음주운전 적발, 방송 인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

기사승인 2016-07-07 11: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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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버벌진트의 음주운전 적발, 방송 인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

힙합가수 버벌진트(본명 김진태)가 이른바 거짓 자백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음주운전을 했다고 자백했지만, 사실은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보도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선수를 쳤다는 것이죠. 버벌진트는 알고 보면 거짓말쟁이였던 것일까요.

버벌진트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음주운전 사실을 자백한 것은 지난달 19일입니다. 당시 버벌진트는 같은 달 13일 전국 47곳에서 경찰이 실행한 일제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적발된 사실을 공개하고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죠. 버벌진트의 음주운전 자백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사람부터, 그래도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면 괜찮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버벌진트를 향했죠. 그러나 대체적으로 버벌진트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감출 수도 있던 잘못을 스스로 공개하고 반성하고 있는 모습을 엿봤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버벌진트의 음주운전 단속 장면이 KBS2 ‘추적 60분’에 포착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입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버벌진트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습니다. 자신의 음주 사실이 방송되는 것을 알고 선수를 친 것이라는 의견이 팽배했죠. 소속사 측은 이에 관해 “버벌진트가 방송 전 선수를 친 것이라는 오해는 정말 억울하다”며 “버벌진트는 당시 '추적 60분'이 촬영하고 있던 것을 몰랐다”고 해명을 내놨죠.

그리고 지난 6일 문제의 ‘추적 60분’이 방송됐습니다. ‘도로 위의 묻지 마 살인? 음주운전’이라는 부제로 편성된 이 방송에서는 경찰의 음주 단속 현장이 전파를 탔죠. 촬영 도중 눈에 띈 것은 B사의 외제 차량이었습니다. 이 차량은 음주 단속을 피해 길을 우회했고, ‘추적 60분’ 제작진은 경찰과 함께 우회 차량을 쫓았습니다. 차량의 운전자는 다름 아닌 버벌진트. 버벌진트는 음주 측정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067%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단속 중 버벌진트는 “집에서 맥주 세 캔 정도 마셨고 술을 마시던 중 집 앞에 술을 사러 나왔다”며 음주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제작진은 빠르게 인터뷰를 시도했죠. 공인으로서 한 마디를 할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해당 상황이 전파를 타게 될 것임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버벌진트는 제작진에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방송 후 남은 것은 비난입니다. 버벌진트의 윤리의식에 관한 비난이 방송 후에도 쇄도했죠. 제작진이 방송 여부를 고지했고, 버벌진트는 이를 염두에 둔 채 자백했다는 겁니다. 사실상 자백이 아닌 선공에 가깝다는 것이 대중의 지적입니다. 미리 잘못을 이야기해 용서를 받고,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후에 발생할 이미지 훼손을 최대한 줄이려는 시도였다는 것이죠.

사실상 버벌진트가 법적으로 받아야 할 처벌은 이미 받은 상태입니다.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고,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책임까지 다한 것은 아닙니다. ‘도로 위의 묻지 마 살인’이라는 ‘추적 60분’의 부제처럼, 사람의 목숨까지 좌우할 수 있는 잘못이기 때문이죠. 버벌진트의 방송 인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버벌진트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유명인으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닐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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