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판타지에 빠진 드라마… ‘W’와 ‘청춘시대’의 엇갈린 운명

기사승인 2016-08-19 14: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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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판타지에 빠진 드라마… ‘W’와 ‘청춘시대’의 엇갈린 운명

[쿠키류스=이준범 기자] 두 개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현실적인 소재의 MBC 수목드라마 ‘W’고, 또 하나는 현실적인 소재의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입니다. ‘W’는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을 쓴 송재정 작가가 대본을 맡았고, ‘청춘시대’는 SBS ‘연애시대’를 쓴 박연선 작가가 대본을 맡았습니다. 이미 검증된 작가의 작품인 만큼 완성도 면에서 두 드라마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죠. 하지만 시청자들은 ‘청춘시대’가 아닌 ‘W’를 선택했습니다. 판타지가 현실을 이긴 것이죠.

최근 비현실 세계를 다룬 장르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W’가 대표적입니다. ‘W’는 웹툰 ‘W’의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현실 세계의 의사 오연주(한효주)가 만나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과 똑같은 세계가 웹툰 속에 존재한다는 독특한 설정,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 웹툰으로 그려지는 전개 방식 등 시청자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W’는 2회 만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최근까지 12~13%(닐슨코리아 기준)를 오가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죠.

반면 ‘청춘시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청춘시대’는 5명의 여대생이 연남동 셰어하우스에 모여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신발장 귀신의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각 인물들의 삶과 고민을 지금 시대에 맞게 현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이끌어냈죠.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거나, 스폰서 남성을 통해 쉽게 돈을 버는 등 여대생들의 내적 갈등을 세심하게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청춘시대’는 줄곧 1% 내외의 낮은 시청률로 화제의 중심에 서지 못했습니다. 동시간대 방송됐던 JTBC ‘마녀보감’보다 낮은 시청률이죠.

마찬가지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잘 반영한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나 현실을 배경으로 한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원티드’는 초반 시청률 7%대를 기록하다가 5.2%로 종영을 맞았고, ‘함부로 애틋하게’는 12.5%로 시작해 7.9%에 머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W’를 비롯한 비현실을 다룬 드라마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와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그 예입니다. ‘싸우자 귀신아’에서는 귀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대학생 퇴마사 박봉팔(옥택연)과 억울하게 죽은 여고생 귀신 김현지(김소현)가 만나 로맨스가 시작되는 내용이죠. 오는 29일 첫 방송되는 ‘달의 연인’은 주인공이 과거로 시공간을 이동하는 타임슬립 장르 드라마입니다. 21세기 화장품 직원 고하진(이지은)이 심장이 정지되기 직전 10세기 고려시대의 여인 해수로 되살아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드라마 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비현실을 다룬 영화가 더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부산행’이 대표적입니다. ‘부산행’은 지난 18일 1100만명의 관객수를 돌파하며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에 등극했습니다. ‘부산행’은 서울역과 KTX 등 현실을 배경으로 했지만, 죽은 것도 살아있는 것도 아닌 좀비가 등장하는 장르 영화죠. 지난 5월 개봉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던 영화 ‘곡성’도 무속신앙과 종교를 넘나드는 비현실적인 영화에 가깝습니다.

불경기와 취직난이 이어지는 현실이 문제인걸까요. 드라마 시청자와 영화 관객들은 휴식을 취하며 보는 드라마, 영화에서까지 현실을 마주하기 싫어하는 모습입니다. 과거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나 KBS2 ‘학교’ 시리즈 등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그린 드라마가 인기를 모았던 것과 다른 분위기죠. 현실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전까지는 비현실을 그린 판타지 드라마, 영화가 우리 앞에 더 많이 나타나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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