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 담도 스텐트 막히는 원인 찾았다

기사승인 2016-10-21 15: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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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진, 담도 스텐트 막히는 원인 찾았다[쿠키뉴스=송병기 기자] 국내 의료진이 담도 스텐트가 막히는 원인 분석에 성공했다.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권창일 교수(사진)는 최근 담도 스텐트가 언제, 어떤 원인으로 막히는지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권 교수에 따르면 스텐트 삽입 4주 후부터 스텐트 안쪽 표면에 바이오필름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8주가 되면 주변 답즙 찌꺼기 등의 이물질들이 바이오필름에 달라붙어 스텐트가 막힌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의 소화기 분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다이제스티브 디지즈 사이언스(Digestive Diseases and Sciences)’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공식 저널 ‘클리니컬 엔도스코피(Clinical Endoscopy)’에 표지 논문으로 연속 선정됐다.

특히 이번 연구는 바이오필름 형성을 억제시키는 스텐트 개발로 이어질 경우, 스텐트 유지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담도 폐색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도가 막히는 현상이다. 간에 담즙이 축척돼 눈의 흰자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간경변 등의 질환이 나타난다. 현재는 담도의 좁아진 부위에 스텐트를 넣어 이동 경로를 확보하는 치료법이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여러 요인에 의해 막힘 현상이 발생해 재시술을 반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권창일 교수는 환자에게 삽입됐던 스텐트를 모두 회수하여 절개한 뒤, 막힘 현상이 시작되는 기전과 원인 물질, 어느 부위부터 막힘이 시작이 되는지를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현상들이 시간에 따라 어떤 인과관계로 일어나는지를 규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인체 스텐트 삽입 4주 후부터 담즙 배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다중으로 만들어 놓은 구멍들이 미세 난류(micro-turbulence)를 유발한다. 이 때 미세 난류로 인해 스텐트의 안쪽 표면에서 세균들이 모여 스스로 구조직 공동체를 이룬 바이오필름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권창일 교수는 스텐트 삽입 8주 후에는 바이오필름 형성으로 거칠어진 내강 표면 때문에 담즙 배출이 느려져 포획된 담즙 찌꺼기 또는 십이지장 내용물들이 바이오필름에 달라붙어 스텐트 막힘이 증폭된다는 것을 규명했다.

따라서 스텐트 막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미세난류를 일으키는 담즙 배출 구멍의 개수를 적게 만들어야 하고, 바이오필름이 형성되는 것을 억제 시키는 새로운 코팅기술이나 표면 처리 기술, 항 바이오필름 물질 등을 적용하면 스텐트의 유지기간을 획기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음을 밝혔다. 

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텐트 막힘을 일으키는 여러 인자들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스텐트를 개발 중에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스텐트의 교체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췌담도 내시경센터와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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