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㉖] 혁명의 커피, 프랜치카페(French Cafe)

기사승인 2017-02-03 10: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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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서 커피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병을 고치는 약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전사들의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비상식량으로 사용되었다. 수피교 수도승들의 잠을 쫒아주는 신비한 음료이기도 했으며,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부적이기도 했다. 

예멘에서 커피는 전매품으로 반출이 불가한 식물이었는데, 인도에서 성지순례 길에 목숨을 걸고 커피씨앗 일곱 개를 자기 고향에 옮겨 심은 ‘바바부단’의 일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총독령(總督令)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판매하는 사람들을 가죽부대에 넣어서 보스토프 해협에 던져 넣어 죽이는 일도 있었다. 커피는 어느 지역, 문화이든 언제나 도전을 받았지만, 언제나 승자는 커피였다. 

커피는 자유요 해방이며 혁명이었다. 

프랑스인들은 커피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영국도 처음에는 커피를 마셨지만 점차적으로 커피보다는 차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사실 영국인들이 미각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인들은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으로 인해서 커피를 마시지 못할 때에도 치커리뿌리를 볶아서 커피대용품을 만들 정도로 커피에 빠져있었다고 할 수 있다.

커피기구 중에 프랜치프레스(French Press) 라는 침출식 추출기구가 있는데, 대체 프랑스를 제외하고 어느 나라, 민족이 자기 이름으로 커피기구를 가지고 있을까?

프랑스인들은 커피를 사랑하고 즐겨 마신다. 기록에 따르면 유럽에 커피가 전해지고난 후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직전까지 파리에는 약 2000곳 이상의 카페가 들어섰다고 한다. 커피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의 배경은 1832년 6월 1일 일어났던 프랑스 6월 항쟁이다. 프랑스대혁명의 결과, 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웠는데, 다시 왕정이 복귀되어 루이 필립 1세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이에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고 당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혁명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공화정으로의 회복을 꿈꾸던 혁명세력은 라마르크장군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혁명을 일으켰다. 라마르크장군은 실존인물로 공화주의를 대표하는 사람이었는데 콜레라로 사망했다. 이때 일어난 프랑스 6월 항쟁은 황제가 망명을 생각할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나 시민들의 무관심과 군대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시민들이 외면하는 사이에 시민혁명을 기획했던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목숨을 잃었다. 비록 항쟁은 실패로 끝났지만, 프랑스 왕정의 종지부를 찍은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고 한다. 

자유와 평등, 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삼색기의 청색 백색 적색의 색은 6월 항쟁 당시 젊은이들이 가슴에 부착했던 휘장의 색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젊은이들의 의식을 깨워주고, 시대에 대해 토론하고 분노하며 뜨거운 열변을 토하며 혁명의 사상적 기초를 다지게 했던 곳은 어디였을까?

[최우성의 커피소통㉖] 혁명의 커피, 프랜치카페(French Cafe)

그곳이 바로 카페였다. 

2012년 상영된 영화 레미제라블에 보면 젊은이들이 모였던 장소가 ABC카페였음을 알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며 시대를 논하고 나라를 걱정하며 헌신했던 그들의 함성을, 그들의 노래를 이 시점 대한민국에서 기억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싶다.

다음은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민중의 노래 한국어 가사이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하나 / 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 / 자 우리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너의 생명 바쳐서 깃발 세워 전진하라 / 살아도 죽어서도 앞을 향해 전진하라 / 저 순교의 피로써 조국을 물들이라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 심장 박동 요동 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커피는 혁명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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