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지을 수 없다”…단원구, 세월호 추모공간 놓고 ‘난항’

기사승인 2017-03-28 12: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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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정진용 기자]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희생자 봉안시설(유골을 안치하는 곳) 설치를 두고 주민 반발이 거세다.

현재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위치한 화랑유원지는 추모공간인 '4.16 안전공원'(가칭) 입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7일 오전 단원고 인근 고잔1동 주변 도로에서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라고 적힌 전단지 여러 장이 발견됐다. 봉안시설 설치 반대 주민이 작성·유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단지에는 "유원지에 추모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지역주민이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야외캠핑장과 경기도미술관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담겼다.

세월호 참사로 주민이 불꽃놀이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언급됐다. 전단지 작성자는 "세월호 참사로 매년 12월31일 열리는 '천년의 종 타종식' 행사에서 불꽃놀이가 생략됐다. 백미인 불꽃놀이가 빠지며 행사는 반쪽짜리가 됐다"면서 "1년을 보내는 기념으로 불꽃놀이를 관람하고자 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서글픈 일"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추모시설을 건립하려 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납골당 지을 수 없다”…단원구, 세월호 추모공간 놓고 ‘난항’이날 SNS에는 단원구 초지동 사거리에 '추모시설반대위원회' 이름으로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린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을 찍은 네티즌은 "참사로 희생된 이들이 없는 추모공원에서 어떻게 참사의 진실을 깨닫고 교훈을 얻겠나"라며 "돈 때문에 죽어간 아이들이 이제 안산 지역에서도 쫓겨날 위기"라고 덧붙였다.

이 게시물에는 "같은 동네 주민조차 외면하는 현실이 무섭다" "집단이기주의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댓글이 달렸다.

시 홈페이지에도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봉안시설 설치 반대 의견이 20여 건 넘게 접수됐다.

유가족들은 '봉안시설 없는 추모시설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자(49) 4.16 가족협의회 추모분과 팀장은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각에서 안산 추모시설에서 봉안시설을 제외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봉안시설은 법에 명시된 추모시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세월호지원단 관계자는 "지난달 주민 경청회에서 화랑유원지가 후보지로 언급된 이후 초지동 일대 재건축단지 조합원 측에서 항의 전단지를 뿌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항의 전화는 많이 받아봤지만 전단지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주민 경청회와 토론회를 통해 화랑유원지와 단원고 뒷산 등 5곳을 '4.16 안전공원' 입지 후보지로 압축했으나 좀처럼 주민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기억교실'이 들어설 '시민안전교육시설' 설립 역시 지난해 10월 고잔1동 주민 2300여명이 반대 서명을 제출해 교착상태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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