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장혁 “매번 똑같은 연기? 그렇다고 제 색깔 굳이 지워야 할까요”

기사승인 2017-03-3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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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장혁은 예상 가능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 중 하나다. 오랜 경력으로 다져진 연기력 덕분에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극찬을 받는 동시에 매번 KBS2 ‘추노’의 대길이 연기를 반복한다며 혹평받기도 한다. 매 작품 변신이 필요한 배우에게 뼈아픈 지적이다.

영화 ‘보통사람’에서의 장혁은 다르다. 장혁은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안기부 실장 규남 역할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연기했다. 최근 서울 팔판길 한 카페에서 만난 장혁은 “툭툭 던지는 식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여러 영화에서 연기 잘하시는 분들이 과거 안기부 직원 역할을 하시는 걸 봤어요. 계속 보다보니까 특유의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여유는 있는데 고압적으로 찍어 내리는 말투가 대부분이었어요. 그걸 보고 반대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유 있고 부드럽게 권유형 말투를 써도 쉽게 반박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처음 시나리오에는 규남이 내지르거나 폭발하는 장면도 있었어요. 사전에 감독님에게 감정적인 장면에서는 포인트만 주고, 나머지는 리액션만 툭툭 던지는 식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죠.”


기존 틀을 깨는 안기부 직원 연기가 쉽게 탄생되는 건 아니다. 촬영 전 치밀하게 분석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인상 깊게 본 중국 영화를 참고하기도 했다.

“‘바람의 소리’라는 중국 영화에 고문 기술자가 한 명 나와요. 한약방 의사 같은 사람이 동그란 안경에 중절모를 쓰고 약 가방을 갖고 나타나죠. 얼굴도 옆집 아저씨처럼 연약하게 생겼고요. 그러고는 허밍을 하면서 뭔가를 꺼내서 설명해줘요. 이걸 집어넣으면 3초 뒤에 독이 퍼지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건 덜 아픈 거니까 이걸로 해드릴게요 하는 식이었죠. 그 모습이 너무 살벌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톤으로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규남이 영화에서 직접 고문하거나 행동하진 않아요. 지시만 내릴 뿐이죠. 눈으로만 살벌한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장혁은 ‘보통사람’에서 악한 규남 역할을 연기한 후, OCN ‘보이스’에서 선한 무진혁 역을 소화했다. 연기한 건 ‘보통사람’이 먼저지만, 시청자들은 ‘보이스’의 장혁을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장혁은 무진혁이 이전에 맡았던 형사 역할과 조금 달랐다고 설명했다.

[쿠키인터뷰] 장혁 “매번 똑같은 연기? 그렇다고 제 색깔 굳이 지워야 할까요”

“‘보이스’의 무진혁은 강력반 형사 1팀 팀장 출신이에요. 강력반에서는 사건이 벌어진 후에 검거를 하니까 단서로 범인이 누구지 알아내면 돼요. 그런데 112센터에서는 사전 예방 및 검거를 하잖아요.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래서 자신의 감으로 찾는 경우가 많아요. 시끄러운 곳이니 말투도 빠르고 소리칠 수밖에 없는 거죠. 맨날 소리치는 연기를 한다고 하셔도 긴급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의 말처럼 장혁도 자신의 연기에 대해 대중들이 비판하고 있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잘하는 연기 스타일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얘기였다. 대신 작품에 얼마나 잘 맞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배우에게는 각자 인상적인 작품이 있어요. 아무리 많은 작품에 출연해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는 ‘터미네이터’고, 실베스터 스탤론은 ‘록키’를 벗어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게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건 그 배우의 색깔인 거잖아요. 저도 제 색깔을 왜 굳이 지워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비판을 들어도 ‘알겠습니다’ 하고 그냥 계속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변화도 중요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걸 안할 필요도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작품에 맞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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