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재욱 “모태구는 연기 인생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역할”

기사승인 2017-04-05 07:00:00
- + 인쇄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는 성공적인 작품이다. 여러 의미로 그렇다. 드라마에 대한 반응과 시청률도 좋았고, 작품에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도 만족스러워 했다. 그래서인지 주연을 맡은 배우 장혁, 이하나, 백성현이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에게도 자랑스럽고 할 이야기가 많은 작품이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악역인 모태구를 연기한 김재욱도 ‘보이스’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잘생긴 외모로 잔혹한 싸이코패스 연기를 선보이며 MBC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 10년 만에 다시 주목 받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김재욱은 인터뷰를 다른 배우들보다 한 주 늦게 진행했다. 최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재욱은 인터뷰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에는 드라마가 끝나고 바로 인터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종영하고 나니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제 안에서 모태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던 거죠. 역할과 드라마에 대해 말로 설명하고 풀어낼 자신이 없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자 제 스스로도 모태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매듭지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지만, 지금도 깨끗하게 벗어낸 느낌은 아니에요.”


‘보이스’ 제작진은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범인인 모태구를 중간 투입할 예정이었다. 김재욱은 제작진과 함께 그가 모태구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했다. 그가 촬영 현장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출연 배우들 대다수가 몰랐을 정도다. 거꾸로 김재욱도 초반부에는 드라마에서 떨어져 지켜봤다. 자신이 뛰어들 드라마의 세계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짜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보이스’ 속 가상도시인 성운시의 세계가 점점 구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걸 시청자로서 지켜봤어요. 짜릿한 기분도 들면서 답답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어요. 제가 출연한다는 건 철저히 숨기고 싶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을 못했을 정도였죠. 초반부에 대본 리딩 현장도 가지 않았어요. 제가 출연하는 드라마가 제작발표회를 한다는 것도 그날 기사를 보고 알았을 정도예요. 가끔씩 감독님에게 연락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준비했어요.”

‘보이스’의 모태구는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했던 연쇄살인마와는 조금 다르다. 김재욱이 부모님에게 보지 말라고 했을 정도로 잔혹한 면이 있는 동시에 ‘권력형 살인마’라는 표현처럼 세상을 움직일 힘까지 쥐고 있다. 김재욱은 모태구가 정말 나쁜 악인임에도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자기 철학’을 언급했다.

[쿠키인터뷰] 김재욱 “모태구는 연기 인생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역할”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모태구만의 분명한 철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냥 미치광이여서가 아니에요.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기 때문인 거죠. 조커는 자기 신념과 철학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인 죄의식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어요. 저는 모태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하면서도 제가 생각한 모태구가 드라마에 맞게 잘 표현됐는지에 대해 작가님,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어요.”

김재욱은 벌써 16년차 배우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꽃미남으로 얼굴을 알린 지도 10년이 넘었다. 오랜만에 다시 주목받는 것에 대해 김재욱은 좋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또 앞으로도 작품의 흥행이나 배우로서의 인기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거라는 얘기도 전했다.

“‘보이스’가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묻혀서 지나갈 수 있었던 부분까지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모태구를 통해 연기 인생에서 꼭 만나고 싶었던 역할을 만났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워요.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의 제 선택이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게 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중심을 잘 잡고 재밌게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배우, 사람들이 늘 궁금해 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bluebell@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