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민석 “‘피고인’ 덕분에 제 한계 뛰어넘은 것 같아요”

김민석 “‘피고인’ 덕분에 제 한계 뛰어넘은 것 같아요”

기사승인 2017-04-07 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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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신기하게도 배우 김민석의 최근 출연작은 모두 크게 성공했다. KBS2 ‘태양의 후예’에 이어 SBS ‘닥터스’, 최근 종영된 SBS ‘피고인’까지 3연타다. 하나하나가 시청률 20%를 넘긴 화제작들이다. 주목받는 것을 넘어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 명단에 손꼽히는 이유다.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석은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특유의 톡톡 튀는 화법으로 대화를 주도했다. ‘피고인’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묻자 대본을 읽다가 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솔직한 대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장르물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죄수복에 끌리기도 했어요. 감옥에서 진행되는 한국 드라마가 거의 없었잖아요. “저, 이거 할래요” 했더니 시놉시스를 보여주셨죠. 보통 대본의 재미를 먼저 봐요. 솔직히 대본을 읽다가 잠이 오는지, 안 오는지가 기준이에요. ‘태양의 후예’는 8부까지 대본을 그 자리에서 다 봤어요. ‘닥터스’는 4부까지 줄줄 읽혔고, ‘피고인’은 5부까지 봤죠. ‘피고인’은 현재와 과거가 뒤죽박죽으로 돼있어서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웠어요.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으니까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드라마의 인기를 실제로 체감한 기억도 털어놨다. 이전과 달리 ‘피고인’을 하면서 유독 30~50대 분들이 그를 많이 알아봐줬다. 드라마 진행 상황에 따라 반응도 달라졌다. 초반에 그가 공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욕하던 분들도 시간이 갈수록 그를 이해해주더니 나중에 죽은 이후에는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단다.


그만큼 김민석이 맡은 이성규는 변화가 큰 인물이었다. 하지만 김민석 자신도 납치범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어떤 캐릭터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촬영하는 매 순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성규가 느끼는 죄책감을 이해하기 위해 유치원 앞을 찾아가기도 했다.

“캐릭터를 분석하기보다는 매번 상황에 집중하면서 찍었어요. 초반에 감옥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괴로웠어요. 제가 유괴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라 숨겨야 했거든요. 죄책감을 갖고 연기하면서도 티를 내면 안 됐어요. 그래서 대사는 평범하게 하면서도 지성 형 얼굴은 똑바로 보지 않는 식으로 연기했어요. 성규가 느끼는 죄책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동네 유치원을 찾아간 적도 있어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놓고 하원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봤죠. 유치원 입구만 지켜보며 기다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거구나 싶었어요. 성규가 어마어마한 일을 저질렀다는 걸 느낀 거죠.”어느 순간부터 김민석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까. 김민석은 지금을 혼란의 시기라고 표현했다. 인간 김민석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던 삶에서 남을 의식해야 하는 연예인 김민석의 삶으로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Mnet ‘슈퍼스타K3’에 출연하면서 얻게 된 효자 이미지가 불편하다는 얘기도 꺼냈다.

“전 효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원래부터 효자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방송만 보고 얘는 착하고 순수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런 시선들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저는 특별한 연예인이 아니라 여러분이나 친구들과 비슷한 사람이거든요. ‘태양의 후예’ 전까지는 자유롭게 마음대로 살았는데, 그 이후에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걸 느꼈어요. 제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연예인이 왜 그래, 그러면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거든요. 전 원래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쿠키인터뷰] 김민석 “‘피고인’ 덕분에 제 한계 뛰어넘은 것 같아요”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움은 잃었지만 얻은 것도 많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 살았던 할머니에게 더 이상 욕을 듣지 않게 된 것도 그 중 하나다. 김민석은 “할머니에게 3년 안에 보여준다고 했는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하며 웃었다.

할머니가 걱정할 만큼 김민석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친구들이 부러워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5년 동안 하루에 3~4시간 자며 주방 일을 배웠다. 홀로 서울에 올라와 ‘슈퍼스타K3’에 지원하는 등 연습생 생활을 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완전히 배우의 길에 정착했다. 김민석은 ‘피고인’을 통해 배우로서 자신의 틀을 깬 것 같다며 만족하는 눈치였다.

“‘피고인’을 통해 제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아요. 저를 향해 “쟤는 매번 저런 것만 한다”, “저기까지다”라고 하는 말을 실제로 들은 적도 있어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피고인’에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가 아니라는 걸 알린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는 건 당연한 목표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자기 사람을 잘 챙기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그래도 경상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꼭 해보고 싶어요. 진짜 경상도 말투로 잘할 자신이 있거든요.”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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