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보안관' 이성민 "우리 아버지가 대호 같은 분… 어릴 적엔 싫었어"

기사승인 2017-04-27 16:2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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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보안관' 이성민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보안관’(감독 김형주)속 대호(이성민)는 한마디로 민폐형 아저씨다. 생업은 내팽개쳐두고 오지랖 넓게도 동네 사람들 민원이나 해결해 주고, 여름이 되면 해수욕장에서 비상구조대 역을 한다는 명목으로 홀로 제트스키를 탄다. 부산 기장을 선글라스 쓰고 셔츠 깃 세우고 누비지만, 실상은 집에서 아내에게 구박 받고 딸에게 외면 받는 50대 아저씨. “우리 아버지가 그런 타입이셨어요.” 최근 서울 팔판로에서 ‘보안관’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 이성민의 말이다.

“속된 말로 남의 일 하는 반만큼만 우리 집 일을 하시면 어릴 적 집안 재정 상태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하하. ‘남의 집 상을 봐 줄 거면 3년 상을 봐 주어라’라는 이야기가 있죠. 우리 아버지가 정말 3년 상을 봐 주는 사람이었죠. 솔직히 말하면 어릴 적의 저는 그런 아버지의 성격을 싫어했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이 많은 분들이라 그래요.”

대호로 취합되는 이른바 ‘스탠다드 향우회 아저씨’들이 분명 있다. 지방 축제라도 가면 깃 세우고 선글라스 쓰고, 호루라기 불며 사람들을 안내하거나 통제하는 자원봉사자들. 기장 미포 방파제에서 태닝을 하다가도 일어나 길을 정리하고, 외지 사람들에게 오지랖 넓게 구는 이들. 영화 ‘보안관’의 모티브는 그런 이들에게서 출발했다. ‘저 사람들은 뭐 하는 이들일까?’라는, 누구나 가져봤음직한 의문이다.

이성민에게는 ‘로봇, 소리’ 이후 두 번째 주연작이다. 무거운 톤의 연기 이후 “좀 가볍고 산뜻한 웃음을 주고 싶었다”고 이성민은 말했다. “20대에 연극을 할 때는 비극도 많이 했지만, 30대가 된 이후에는 엄청나게 웃기는 코미디 연극을 주로 했거든요. 그 때처럼 해 보고 싶었어요.” 코미디 연극으로 잔뼈가 굵은 극단 차이무 출신이니만큼 웃음에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주연으로서 작품을 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저에게 ‘보안관’은 배우로서 굉장히 중요한 기로의 작품이에요. 제가 앞으로 이런 식의 극을 맡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죠. 사실 ‘로봇, 소리’를 끝내고 나서 주연은 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어요. 그렇지만 그건 좀 비겁한 것 같아요. 얼마 전에 강동원에게 ‘주연 자리가 너무 힘들다, 미치겠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는데 (강)동원이가 그러더라고요. ‘형. 전 그 자리를 10년을 했어요.’ 아. 그 때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나 자신이 주연을 맡음으로서 작품에 피해가 올까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 역할을 맡고 안 맡고보다, 이성민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책임감이다.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가 이성민을 선택했는데 흥행에 참패했을 때의 미안함과,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에게 연기로서 보답하지 못할까봐 싶은 걱정 모두다.  

“아직도 저는 연기를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요. 주연을 하게 되면서는 주연이라는 포지션이 감당해야 할 것들을 아직 모르는구나, 싶은 반성도 되죠. 지금도 사실 가끔 주연을 피하고 싶어요. 저보다 잘 하는 배우들에게 묻어가기도 싶은 마음도 있고. 그렇지만 그러면 안 된다고 시시각각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계속 부딪치고 깨지며 더 알아가야 할 것이 많으니까요.”

‘보안관’은 오는 3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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