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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바란다③] 송파 세모녀 ‘상병수당’ 있었다면

건강보험 흑자 시대 ‘상병수당’ 제도 도입 서둘러야

송병기 기자입력 : 2017.05.03 04:01:00 | 수정 : 2017.07.10 15:39:18

환자가 전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 세 번째 

[편집자주] ‘아파도 서럽지 않고, 걱정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다음 대통령에게 바라는 환자들의 간단 명료하지만, 가장 필요한 소망입니다. 쿠키뉴스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공동으로 ‘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 연재는 쿠키건강TV ‘이슈체크’ 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만납니다.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질병.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을 때, 소득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이나 암 등 중증질환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장시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지불되는 병원비와 약값 등 치료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현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료 재정을 활용 ‘상병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는 일을 하다가 질병과 상해를 입으면 산재보험 신청 후, 승인을 받은 재해노동자에게 산재보험에서 소득보전 차원으로 휴업급여를 평균 임금의 70%로 제공한다. 문제는 업무와 무관하게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일정 기간 휴업을 해도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는 보장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암 등 중증질환을 앓거나 장기 치료를 받는 경우 직장생활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실질소득이 줄고 가계가 파탄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상병수당 제도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는 없다. 각자 알아서 민간보험으로 해결하라며 나 몰라라 하는 건, 건강보험의 존재 의미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상병수당제는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상병수당은 무엇일까?

상병수당은 업무상 질병 이외에 일반적인 질병 및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 또는 임금을 현금 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급여다. 질병으로 직장생활이 어려울 때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제도다.

상병수당 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업무상 질병 이외의 부분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재해로 인정된 직업병에 대해서만, 요양급여와 휴업급여가 보장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산재와 관련이 없는 개인 질병으로 직장을 잃었을 경우, 막대한 의료비 부담과 함께 실직으로 인한 소득상실의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은 상태에서 질병으로 인한 높은 진료비 부담과 소득 상실의 이중고는 빈곤으로 가는 지름길인 셈이다. 특히 비정규직을 비롯해 자영업,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근로빈곤층과 저소득계층의 경우, 질병으로 소득을 상실하게 되면 메디컬 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경우 의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복지가 발달된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질병이 발생해 노동을 할 수 없게 되면, 사회보험제도 하에서 상병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의료보험이나 다른 공적 보장 형태로 상병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최고 36개월까지, 독일의 경우는 임금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사회보험인 피용자보험 가입자가 질병 발생으로 근로가 불가능할 경우, 최장 18개월까지 상병수당을 제공하다. 심지어 OECD 회원국이 아닌 대만에서도 상병급여가 도입됐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이 안되는 것일까?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도 상병수당의 도입 규정이 명시돼 있기는 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제50조에 의하면 ‘건강보험공단은 이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 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신과 출산 진료비, 장제비, 상병수당, 그 밖의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 중에서 임신과 출산 진료비, 장제비는 현물 급여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병수당의 경우 도입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거의 사문화 된 상태다.

이와 관련 국제노동기구 ILO는 1952년 열린 국제 노동회의에서, 사회보장에의 최저기준에 관한 조약을 채택했다. 이 조약은 의료, 질병, 실업, 노령, 산업재해, 가족, 출산, 장애, 유족 등 9개 부문에 있어서 적용될 사고의 종류와 피보험자의 범위 등에 관한 최저 기준을 정하고 있다. 모든 질병에 대해 그 원인을 묻지 않고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회보장에의 최저 기준에 관한 조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

문제는 법에 규정이 명시돼 있어도 상병수당 제도 시행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상병수당은 산재보험에서 휴업 급여 성격으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전 국민 적용이 아닌데다가, 치료비의 보장 범위가 건강보험에 준용하고 있어 본인 부담 발생을 커버하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가 곳곳에 있다. 게다가 산재보험은 업무상 재해에 보장이 국한돼 있어서, 실제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가계에 중대한 영향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업무와 무관한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근로자나 개인 사업자는 치료비 부담과 소득 상실의 이중고를 겪게 된다. 가장이 만성적인 난치 불치병을 앓은 경우에는, 가족의 생계와 자녀의 양육 교육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상병수당 제도 시행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와 같이 산재보험 상병수당 운영 시, 특정 계층에 한해 직업성 질환자에 대해서만 지급되는 것은 건강권의 원칙에 배제된다. 이미 서구권에서는 질병 원인에 따라 구분하지 않는 단일 건강보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질병으로 인한 빈곤 문제를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된다. 최소한의 건강권 실현을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현장의 목소리다.

수년전 사회적 이슈가 됐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의 경우 질환으로 경제 능력을 상실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다. 따라서 직업성 유무에 관계없이 소득손실이 발생하는 경제 활동 인구 전체에 대해 상병수당이 제공돼야 한다.

상병수당 도입을 가정 할 경우 보장률은 소득 비례와 정액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사회보험의 현금 급여가 대부분 소득 비례로 돼 있고, 근본 취지가 소득 손실 보장이라는 점에서 소득 비례가 타당하다는 의견도 많다. 다만 최저치를 최저 생활비나 최저 임금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도, 함께 고려 돼야한다.

결국 문제는 건강보험 등 상병수당 제도화를 뒷받침해야 할 재정 즉 ‘돈’이 핵심이다. 상병수당에 따른 국가 재정 마련을 위해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상병수당 제도 시행 시 수조원대의 재정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득 손실의 70%를 보전한다고 가정하면, 최소 1조4000억원에서 최대 2조8225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재활까지 하면 2~3배 정도 추계 금액이 나오는데, 이 정도는 우리 사회에서 감당하지 못한 정도는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흑자가 20조원이 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흑자를 통해(상병수당 제도를)시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비급여를 줄여, 실손보험의 재정을 건강보험으로 옮겨 오게 하면 충분히 제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 축소를 논할 것이 아니라 국고 지원 확대를 통해 상병수당 도입과 전면 의료비 상한제 도입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기초생활수급자는 국가로부터 생계급여를 받고, 업무로 질병을 걸린 근로자는 산재보험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업무와 무관한 질병에 걸린 근로자나 개인사업자에게는 치료기간 동안 상실된 소득을 보전해 주는 사회 안전망이 전혀 없습니다. 소득 상실로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고, 자녀의 양육, 교육도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이죠. 더 이상 빈곤층이나 저소득층은 큰 병이 걸릴 경우. 온 가족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은 없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songbk@kukinews.com

방송 출연: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이승연 아나운서
영상편집: 고성덕·권태솔 PD
영상촬영: 고영준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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