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면역력 강한 아이'라는 헛된 믿음

기사승인 2017-05-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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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면역력 강한 아이'라는 헛된 믿음[쿠키뉴스=전미옥 기자] 극단적인 자연주의를 표방한 인터넷 커뮤니티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키우기) 카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카페에서는 백신접종과 병원진료는 물론,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로션사용까지 금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대의학을 거부하고 자연주의 치료법을 따름으로써 면역력이 강한 아이로 기르자는 것이다 

실제로 카페 회원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을 따라서 아픈 아이에게 해독을 목적으로 소금물을 먹여 관장을 하고, 아토피가 심한 아이에게는 병원 처방약과 로션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소금물, 또는 간장을 희석한 물로 세척시키는 치료법을 공유했다.   

또 홍역·수두 등 필수예방접종은 거부하고, 면역력을 기를 목적으로 오히려 수두를 앓는 다른 아이에게서 병을 옮겨오는 모습도 보였다 

해당카페가 논란이 되자 피해사례를 호소하는 증언도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아동학대라는 비판도 거세다. 또 카페의 운영자가 한의사라는 사실도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의료인이 믿을 수 없는 치료법을 확산시켜 피해자를 양산해왔다는 지적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해당 카페에 대해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 맞지 않다며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방통위와 네이버에 카페 폐쇄 또는 고발을 요청했다. 현재 카페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모두 건강한 아이를 낳았는데 병원이 의도적으로 아이가 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약을 통해 부모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 한의사라는 카페 운영자의 말은 언뜻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병원치료나 약 없이도 모든 병을 우리 몸이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은 터무니없이 위험하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의학이 발전하기 이전의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반대에 가깝다. 1900년대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약 50세 정도였던 반면, 현재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넘어섰다.  또한 다가올 미래 인류의 수명은 더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해서 나온다. 이 같은  결과가 현대의학의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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