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포착] 진짜 저소득층은 못 받는 근로‧자녀장려금

기사승인 2017-05-11 16: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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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이상한 근로, 자녀 장려금 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장려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고 있군요. 어떻게 된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봐야겠어요. 먼저 자녀 장려금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볼 텐데요. 심유철 기자, 이 자녀 장려금은 어떤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지난해부터 도입된 자녀 장려금은 부부 합산 연간 총소득 4000만원 미만이면서 18세 미만. 그러니까 2016년을 기준으로 1996년 1월 2일 이후 출생자인 부양 자녀가 있는 가구에 자녀 1명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18세 미만의 자녀가 있고, 부부 소득이 4000만원 미만이면, 모두 다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그렇지는 않습니다. 장려금을 신청하는 해의 3월 중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에 따른 생계 급여를 받은 기초 생활 수급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요. 거기서 생계 급여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단돈 1000원이라도 생계 급여로 지원받았다면, 자녀 장려금을 받지 못하게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받을 수 있는 자녀 장려금보다 적은 돈의 생계 급여를 받은 가정은 좀 억울할 수도 있겠어요. 

심유철 기자 ▷ 네. 기초 생활 수급자의 입장에서 50만원은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니까요. 생계 급여와 자녀 장려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자신보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자녀 장려금까지도 받을 수 있게 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계 급여를 받은 기초 생활 수급자 외에 또 어떤 경우, 자녀 장려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나요?

심유철 기자 ▷ 부양 자녀의 소득 금액이 연 1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도 자녀 장려금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가 아르바이트나 생계 전선에 빠르게 뛰어들 경우, 자녀 장려금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조건이 너무 까다롭네요. 자녀 장려금에 이어 이번에는 근로 장려금에 대해 알아볼 텐데요. 근로 장려금은 어떤 제도인가요?

심유철 기자 ▷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근로 장려금은,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을 기준으로 한 가정에 연간 최대 21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신청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근로 장려금 신청 자격은 근로 소득 또는 사업 소득이 있는 가구로서, 가구 요건, 총 소득 요건, 주택 요건, 재산 요건이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먼저 가구 요건으로는, 그 전년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배우자가 있거나, 만18세 미만 부양 자녀가 있거나, 신청자가 만 50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중증 장애인인 경우는 연령 제한을 받지 않으며 부양 자녀의 연간 소득 금액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여야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가구 요건. 그 다음은 총 소득 요건인데요. 그건 어떻게 되나요?

심유철 기자 ▷ 총 소득 요건으로는 연간 부부 합산 총 소득이 가구원 구성에 따라 정한 총 소득 기준 금액 미만이어야 합니다. 배우자와 부양 자녀가 없는 단독 가구의 경우 1300만원, 배우자 또는 부양 자녀가 있는 경우로서 맞벌이 가족 가구가 아닌 가구 홑벌이 가족가구의 경우 2100만원, 거주자의 배우자가 총급여액 등이 300만 원 이상인 맞벌이 가구의 경우, 2500만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총 소득은 사업 소득, 근로 소득, 기타 소득, 이자, 배당, 연금 소득을 다 합친 금액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단독 가구인지, 홑벌이인지, 맞벌이인지. 그리고 총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서 총 소득 요건이 달라지는데요. 가구 요건과 총 소득 요건에 이어 다음으로 주택 요건과 재산 요건도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주택 요건은 전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가구원 모두가 무주택이거나 주택을 한 채만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 재산 요건의 경우, 가구원 모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 합계액이 1억 4000만원 미만이어야 하고요. 거기에는 주택, 토지 및 건축물, 승용 자동차, 임차보증금과 같은 전세금, 현금 및 금융 재산, 유가 증권, 골프 회원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재산의 경우, 가구원 모두가 가진 재산을 합쳐서 결정하는 건데요. 재산에는 대출받은 빚도 포함되는 거잖아요. 그럼 빚을 뺀 재산이 1억 4천 만 원을 넘지 않을 경우는 장려금 신청 대상에 포함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아닙니다. 현행 기준은 순자산이 아닌, 재산을 기준으로 되어 있어서요.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재산에 빚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월급 100만원 받아 다달이 원리금 50만원을 갚는 근로자는 정작 혜택을 못 받고, 빚이 없어 상대적으로 덜 쪼들리는 근로자는 혜택을 받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이렇게 되면, 근로 장려금 제도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사실 상식적으로 언뜻 이해되지 않는 모순이기도 해요.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현행 세법상 어쩔 수 없습니다. 세법을 만든 기획 재정부도 순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점은 시인하지만, 지금의 행정력으로는 악용 사례를 막기 어려워 기준을 고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재산에서 빚을 빼주게 되면 개인 간의 사채도 인정해 줘야 하는데 이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또 장려금 신청 시점에 은행에서 일시적으로 대출을 받았다가 바로 되갚는 등의 모럴 해저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물론 그런 악용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근로 장려금과 자녀 장려금의 제도 취지를 생각한다면, 그런 사각지대를 줄일 보완책을 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자녀, 근로 장려금의 근본 취지는 저소득층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자는 것이거든요. 악용 사례가 우려된다고 해서 현실과 따로 노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어찌 보면 정부의 직무 유기일 수도 있습니다. 총 재산에서 순자산으로 기준을 바꾸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모색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총 재산과 순자산을 구분해 적용하는 문제는 앞으로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이런 제도들에 대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우리나라가 제도를 본떠 온 미국만 해도 순자산 기준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임대료 수입과 배당금 등 모든 수입을 폭넓게 따져 재산을 산출하되, 대출 이자 등은 삭감하는데요. 예컨대 빚을 내 집을 산 뒤 이 집을 월세로 내줬다면 월세 소득에서 대출 이자는 빼 주는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근로 장려금의 지급 대상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심유철 기자, 그 모든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근로 장려금 대상이 아닌 경우도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아니한 자, 전년도 다른 거주자의 부양 자녀인 자는 근로 장려금 신청이 제외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함정인데요. 정부에서 지급하는 근로 장려금은 저소득층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 더 알려드리면, 근로 장려금 지원 대상자가 체납 세액이 있을 시, 장려금에서 그 세금을 충당하게 되는데요. 실제로 지난해 세금을 내지 못해 6만 5000가구가 근로 장려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고요. 세금의 일부라도 충당된 대상자까지 포함하면 11만 2000가구에 달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체납된 세금과 근로 장려금을 왜 연관 짓는 건가요? 물론 세금을 내지 않은 건 잘못이지만, 받으리라 기대했던 돈을 받지 못하게 되면, 허탈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래서 2016년부터는 세금의 30%만 충당하도록 개정됐지만, 여전히 근로 빈곤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근로 장려금의 도입 취지가 근로 빈곤층의 빈곤 탈출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소득을 지원하는 데 있는 만큼, 국세 체납을 했더라도 근로 장려금만큼은 전액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기존 체납된 세금이 있으면 근로 장려금에서 전액 충당하던 것을, 30%만 충당하도록 바꿨다는 거죠?

심유철 기자 ▷ 네. 국세청은 대상자의 사정을 고려해 규정을 많이 완화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근로를 장려하자는 목적에서 근로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 인만큼, 그걸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근로 장려금 대상자의 경우, 사정에 따라 세금을 유예시켜 주기도 하는데요. 당장 세금을 받아 가면 대상자의 생계에 지장이 있을 수 있기에,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세금을 유예토록 하는 기준을 좀 더 높여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해택이 돌아가는 게 맞죠. 본래 목적에 맞는 근로, 자녀 장려금 지급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입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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