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떤 게 진정 정신질환자를 위한 길인가

기사승인 2017-05-24 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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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떤 게 진정 정신질환자를 위한 길인가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새 정신보건법 시행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개정안 발표 이후 다양한 우려와 논란으로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던 이 법안이 이제 일주일 뒤면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제대로 우리 사회에 정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새 정신보건법의 가장 큰 문제는 ‘강제입원’ 부분이다. 복지부는 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강제입원시 전문의 1인 진단 외에 다른 정신의료기관 소속 전문의의 진단을 추가로 받도록 개정했다.

따라서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강제입원 절차가 한층 더 까다로워지는 것인데, 이러한 방법이 과연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조현병으로 강제입원 됐던 20대 후반의 여성 A씨는 국립정신건강센터 기자간담회 인터뷰에서 입원 당시 상황에 대해 “나는 아프지 않은데 내가 왜 입원을 해야 되나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그래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퇴원시켜달라고 했었다”면서, “그런데 치료받으면서 나중에 상태가 호전되다보니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안 들더라. 내가 문제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고, 점점 나아진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그때 입원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만약 A씨가 그때 입원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어떤 병이든지 키우면 더 큰 병을 낳는 법이다. 강제입원이 설령 처음에는 A씨를 힘들게 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병을 나을 수 있게 한 첫걸음이 된 셈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서 강제입원 대상은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칠 위험이 있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의 증상은 다양하고,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더 악화되고, 심각한 경우 자해나 타해의 가능성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질환이다. 아울러 꾸준히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새 정신보건법은 자칫하면 초기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의료계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넉 달 동안 무려 1만9000여명이 퇴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중에는 돌아갈 집이 없거나 보호자가 없는 환자들도 있어 이들은 떠돌이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정말 환자들에게 필요한 게 이런 것일까? 이들은 누가 책임져주는 걸까?

복지부는 새 정신보건법이 환자의 인권보호를 강화하고, 차별을 해소하며, 사회 복귀를 도울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또한 환자의 인권이 보장돼야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방치되는 게 가장 위험한 일이 아닐까?

오히려 치료받지 못해 증상이 더 악화되고, 이로 인한 사고가 더 늘어나며, 때문에 차별이 더 심화되고, 이들을 더욱 사회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빚어질 우려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정신과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5%밖에 되지 않는다. 당국이 진정으로 정신질환자들을 비롯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강제입원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 그들 스스로 치료받고자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인식 제고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미리 검사해서 조기에 치료를 받고, 필요시에는 자의로 입원하는 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애초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단계부터 먼저 챙겨야 할 것이다.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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