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한국 AI 발생은 밀집 사육이 주 원인”

기사승인 2017-06-20 03:00:00
- + 인쇄

OECD “한국 AI 발생은 밀집 사육이 주 원인”[쿠키뉴스=문대찬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주요 가축 질병이 재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밀집 사육을 꼽아 눈길을 끌고 있다. 더불어 OECD는 소농이 다수인 축산업계 상황이 적절한 방역과 생산 시설 개선을 막고 있다며 농가 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19일 OECD는 '한국 가축 질병 관리에서 생산자 인센티브' 보고서를 통해 이를 언급했다. 

OECD는 한국에서 경제성장으로 축산물 소비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높은 인구밀도와 토지 부족이 가축을 집약적으로 생산하게 만든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축산업이 국내 농업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상승했다. 1995년 23%에 불과했던 축산업은 20년 뒤인 2015년에는 42%로 19%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축산 농가당 평균 사육두수도 닭은 928마리에서 5369마리로, 돼지는 136마리에서 1679마리로 대폭 늘었다. 소 역시 5마리에서 30마리로 급증했다. 

밀집 사육 방식이 AI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하는 OECD의 말은 일리가 있다. 

우리나라 현행 축산법에 따르면 알 낳는 닭을 기준으로 닭 한 마리의 최소 사육 면적은 A4 용지(0.062㎡) 한 장도 되지 않는 0.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을 지키는 양계장은 소수에 불과하다. 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좁은 철망으로 된 우리를 여러 단 쌓아 올려 닭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가둬놓고 기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돼지 사육농가 역시 어미돼지를 철제 감금 틀에 가둬놓고 인공수정과 출산을 반복하는 등 축산 농가에서 광범위한 공장식 밀집 사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사육 환경은 AI나 구제역 등 가축 질병에 매우 취약하다. 동물들이 전염병에 쉽게 노출돼 대규모 피해를 면하기 어렵다.

행정자치부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 충청남도 내 가금류 사육농가 5000 곳을 대상으로 AI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의 AI 발병률은 36.17%로, 4000마리 미만 농가 발병률(0.07%)보다 548배 높았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가축 질병 발생에 대응해 한국 정부는 가축 생산 시설이나 위치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가축 질병 관리를 위해 근본적으로 농가 구조와 농업 분야 인적 자본 개선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축산 농가 규모에 비해 여전히 소농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지적하며 “다수의 저학력 고령농가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축산업을 떠나도록 촉진하고 자원이 다른 축산 농가에 재분배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mdc0504@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