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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대놓고나쁜남자’ 방관하는 청와대, 페미니즘 대통령은 말뿐이었나

‘대놓고나쁜남자’ 방관하는 청와대, 페미니즘 대통령은 말뿐이었나

정진용 기자입력 : 2017.06.22 14:14:29 | 수정 : 2017.06.22 14:14:46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탁현민 청와대 행정비서관의 여성 비하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페미니즘 대통령' 선언이 무색하다는 지적입니다. 

처음 문제가 됐던 책은 탁 행정관이 지난 2007년 쓴 '남자마음설명서' 였습니다.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탁 행정관이 같은 해 출간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가 21일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탁 행정관은 여성을 '대상화'한 남성의 시선을 여과 없이 드러냈습니다. 탁 행정관은 자신의 닉네임을 '대놓고나쁜남자'로 설정하고 '남자들이 성적인 욕구를 채우려 여자를 만난다고 생각한다면 예쁜 게 최고의 덕목이다', '룸살롱 아가씨는 너무 머리가 나쁘면 안 된다', '임신한 여자 선생님들이 섹시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의 첫 성 경험을 얘기하며 다른 동년배 친구들과 이 여성을 '공유했다'고 말했죠.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여성을 비하하고 대상화한 인물을 청와대 행정관에 내정한 새 정부의 인사 기준에 강하게 문제제기 한다"면서 "탁 행정관의 과거 여성 비하, 여성 혐오 이력은 충격적이다. 인재 등용은 생물학적 성별보다 성 평등 관점이 더욱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론도 들끓고 있습니다. SNS상에서는 '#탁모닝' '#그래서_탁현민은' 등 탁 행정관 경질을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가 매일 아침 문 대통령을 비판한 데서 비롯한 '문모닝'을 패러디한 것이죠. 네티즌들은 해시태그와 함께 탁 행정관을 향해 "오늘은 사퇴 소식 있으려나" "아직도 청와대에 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야 4당은 일제히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했습니다. 전날 김명연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삐뚤어진 여성관도 모자라 임산부에 대한 변태적 시각을 드러냈다"며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를 외면한다면 그야말로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에 협조적이던 정의당도 "그릇된 성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개혁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며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심상치 않은 여론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청와대입니다. 청와대는 현재 탁 행정관의 논란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남자마음설명서' 논란 당시 "청와대 행정관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밖에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 게 전부죠. 탁 행정관도 지난달 26일 "10년 전 당시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깊이 반성한다"고 한차례 사과한 이후에는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청와대가 탁 행정관을 감싸고 도는 이유'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다른 청와대 인사들과 탁 행정관의 경우가 비교되기도 합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 '왜곡된 여성관' 논란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습니다. 또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여성단체 쪽에서 교수 재직 시절 부적절한 품행을 문제 삼아 지난 4일 임명이 철회됐죠. 탁 행정관이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등산에 동행한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점도 부정적인 시선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 '성평등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또 남녀 동수 내각 실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피우진 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유리천장'을 깨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죠. 그러나 성평등은 단순히 여성 장관의 숫자로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논란이 더욱 거세지기 전에 청와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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