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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갑질 논란 미스터피자, 눈밭에 머리 파묻는 꿩은 되지 말아야

갑질 논란 미스터피자, 눈밭에 머리 파묻는 꿩은 되지 말아야

조현우 기자입력 : 2017.06.27 05:00:00 | 수정 : 2017.06.26 16:58:28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어릴 적 꿩 사냥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겨울에 꿩을 뒤쫓으면 다급해진 꿩이 눈밭에 머리를 처박는다는 것이다. 몸통은 그대로 밖에 있는데도 시야가 막혀 주변을 보지 못하게 되니 사냥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그대로 있는다는 이야기였다.

바보 같은 꿩에 대한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나 혼자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26일 MP그룹 정우현 회장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진행된 대국민사과 기자간담회에서 그간의 논란을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정 회장의 대국민사과는 지난해 경비원 폭행 사건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해외 브랜드가 범람하는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로 업계 1위까지 올라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꼽혀왔지만 쌓아온 것이 무너지는 것은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간 수차례의 논란에서도 자리를 지켜왔던 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을 보면 현재 MP그룹을 둘러싼 갑질 논란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얼마나 여파가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은 자신이 일군 기업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충분한 책임과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소비자들의 분노를 대부분 일선 가맹점주들이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으로 말미암은 실질적인 피해는 결국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갔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정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 이후 일선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최대 60%까지 감소했으며 60여곳이 문을 닫아야만 했다. 본사는 매출 타격에 그치지만 일선 점주들은 말 그대로 생업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정작 잘못을 저지른 오너들은 일선점주들을 방패삼아 반감된 피해를 받아왔다. 그리고 대부분 상당한 회사 지분을 가지고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왔다. 사라진 것은 ‘회장’ 직함 뿐이다.

수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스터피자가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단순히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모든 법적·도의적 책임이 면피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대국민사과에서도 피해를 입은 가맹점주들에 대한 그룹 차원의 보상안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 중인 내용은 말할 수 없으며 모든 것은 향후 상생협의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는 모호한 이야기들만이 오갔다. 가족점 대표와 전문가들로 구성할 것이라는 상생협의회 역시 구체적인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덥수룩한 수염과 깊이 숙인 허리보다도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생업을 위협받게 된 가맹점주들에 대한 대책과 보상안에 대해 우선 말했어야했다. 가맹점을 ‘가족점’으로 칭하는 그룹의 방침을 한번 더 되새겼다면 말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 MP그룹은 이제야 바른 길로 돌아오는 여정일지 모른다. 아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험한 길일 것이다. 부디 눈밭에 머리를 숨기는 꿩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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