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가업을 잇는 사업자의 세금혜택

기사승인 2017-06-30 15: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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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가업을 잇는 사업자의 세금혜택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의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은 1만 시간 이상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서 얻어진다고 한다. 이 법칙은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한우물만 파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기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동안 한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하고 기술개발 하는 기업은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를 이어 사업을 이어가는 사업자가 얻을 수 있는 세금혜택에 대해 살펴본다. 

가업승계의 세금혜택

부모님 생전에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모님 사후에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가업을 물려받으면, 증여세나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부모님 생전에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가업의 주식 중 사업관련자산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5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5억원부터 30억원까지는 10%의 낮은 세율로 증여세를 부담하고, 30억원부터 100억원까지는 20%의 낮은 세율로 증여세를 부담한다. 일반적인 증여세율이 과세표준 1억원까지 10%이고 1억원에서 5억원까지는 20%인 점을 비교하면 가업승계에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상당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부모님 사후에 가업을 물려받는 경우에는, 가업의 주식 중 사업관련자산 비율에 해당하는 부분(개인가업의 경우에는 사업용자산)에 대해 상속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를 ‘가업상속공제’라고 하는데, 이 가업상속공제는 부모님이 가업을 경영한 연수에 따라 그 한도가 달라진다. 즉 부모님이 계속 경영한 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에는 200억원을, 15년이 넘는 경우에는 300억원을, 20년이 넘는 경우에는 500억원을 그 한도로 한다.

부모님 생전의 가업승계로 물려받은 주식은 부모님 사후 상속세를 계산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에 포함되나, 이 주식이 가업상속 요건을 모두 갖추면 가업상속공제도 적용받을 수 있다.

세금혜택의 요건

가업승계에 세금혜택을 주는 취지는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시켜 경제에 활력을 주기 위함이다. 따라서 가업승계 시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해야 하고, 둘째 경제에 활력을 줘야 한다.

기업 영속성을 위해, 부모는 가업승계를 하기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50%(상장법인의 경우,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면서 경영을 책임져야 하고, 가업을 물려받은 자녀(배우자 포함)도 일정기간 동안 지분을 유지하면서 경영을 책임져야 한다. 경제의 활력을 위해 가업승계 이후 일정기간 동안 고용이 유지되야 하고, 20%를 초과하는 가업용 자산의 처분이 제한된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부동산 등을 양도할 경우에는 부모가 취득한 금액을 취득원가로 해 양도차익이 계산되어 더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가업은 자산총액 5000억 미만의 독립적인 중소기업이나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독립적인 중견기업이어야 한다. 부동산임대업, 독서실 운영업, 소비성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은 이들 기업에서 제외되나,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음식점업, 의료기관 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은 포함된다. 

세금혜택을 받은 후에는 10년(생전 승계의 경우 7년) 간 사후관리 된다. 즉 가업을 승계 받은 자녀가 경영을 책임지지 않거나 가업을 승계 받은 자녀의 지분이 줄어드는 경우에는 세금혜택이 취소되고 이자상당액을 부담한다.

가업승계 조세제도의 개선방향

부모님 생전 가업승계의 경우 사후관리기간이 2015년부터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됐다. 이는 지나치게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부모님 사후 가업상속의 사후관리기간은 여전히 10년이 유지되고 있다. 세법개정으로 7년 이후 사후관리 요건을 어긴 경우 추징되는 상속세가 다소 줄어들게 됐으나, 사후 가업상속에 대한 사후관리기간도 생전 가업승계 수준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 후에는 주된 업종의 변경이 제한된다. 작년부터는 업종유지의무가 다소 완화되서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소분류 내에서의 업종변경이 일부 허용됐으나, 업종변경은 여전히 쉽지 않다. 가업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가업승계 후 업종유지의무를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 생전의 가업승계는 오직 법인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개인사업자가 생전에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가업을 먼저 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법인전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가업승계의 세금혜택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은 문제다.

대를 이어 사업을 발전시켜온 장수기업은 국가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장수기업들은 고용과 생산을 유지시키고,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다음 세대로 전달해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대를 이은 사업이 부의 상속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장수기업의 긍정적 영향을 늘리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세금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글=김태훈 공인회계사·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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