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관이 바뀌어도 ‘일방 통행’ 못 버리는 교육부

기사승인 2017-08-17 17: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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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관이 바뀌어도 ‘일방 통행’ 못 버리는 교육부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한지 불과 한달여 만에 발표된 수능 개편 시안. 교육부는 여론을 의식해 두 가지 안을 펼쳐보였다. 1안은 수능의 절대·상대평가 병행을, 2안은 절대평가 전면 전환을 담았다. 시안을 접한 뒤 시험 당자자인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 대학, 시민단체 등은 한꺼번에 불만과 우려를 쏟아냈다. 1, 2안 모두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1안이 적용되면 학습량은 가중되고 상대평가 과목의 쏠림현상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단계적 대입전형 개편이 추가되면 혼란이 뒤따른다. 궁극적으로 수업 혁신의 발판이 되기엔 역부족이란 진단이다. 2안의 경우 학생부·내신 경쟁 과열과 함께 변별력 확보를 위한 전형요소 확대, 이로 인한 사교육 부담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주요 입시 체제를 정비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지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둘 중 하나뿐이라고 한다. 교육부는 1, 2안 외 절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으며, 이달 말 최종 확정안을 택해 발표할 계획이다. 수요자의 외침을 한때의 아우성에 그치게 만드는 모양새다. 입시제도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가 인정하는 개편안을 내놓긴 쉽지 않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소통이 부족하고 정책 결정이 일방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교육부는 개편안 확정 전까지 의견을 더 수렴해보겠다며 각 권역을 돌면서 공청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 이 자리엔 질문은 있지만 답변이 없다. 16일 호남권 공청회에서도 교육목표와 개편안이 충돌하는 안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공청회 의견이 정책 변화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상대평가 병행안의 교육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등등 실로 궁금한 것들에 대한 시민들의 물음이 이어졌지만 교육부 관계자, 발제자 등은 답을 미뤘다. 공청회에서는 의견을 듣기만 하겠다는 납득 안 되는 상황에 참석자들의 원성이 일었다.

시안 발표 전 교육부가 각계의 목소리를 경청했다는 과정이 이런 식이었다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과연 학생, 학부모들이 공청회에서도 듣지 못한 해명이나 설명을 들어보는 기회가 있을까. 확정안이 결정된 다음에나 봉합하듯 전달하는 근거들로 의미를 삼기엔 개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통을 보여주겠다는 김 장관이 교육부 수장으로 앉아 있음에도 교육부가 ‘소통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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