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드 타격 면세업계 "이러다간 다 죽는다" 볼멘소리

기사승인 2017-09-05 0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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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드 타격 면세업계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인천공항 임대료 보면, 이만한 갑질이 없어요. 이러다간 다 죽게 생겼습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의 푸념이다. 사드라는 전무후무한 사태 속에서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이 적자가 심각하게 나고 있는데도 인천공항 측에서는 전혀 상황을 봐주지 않는다는 데 대한 볼멘소리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에 입점한 전체 면세점들은 2분기에만 1000억원 넘게 적자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천공항 면세점 인천공항 영업이익의 약 60~70%가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면세점 등 상업시설에서 나온다. 

지난해 공항면세점에 입점한 7개 사업자들로부터 걷은 임대료는 무려 8656억원이었다. 이는 공사의 지난해 매출(2조3013억원)의 39.6%, 영업이익(1조3013억원) 대비로는 66.5%나 달한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인천공항 차원에서 하는 면세점 할인 프로모션도 면세점 분담금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실속은 왕서방에게 있다는 얘기다. 이어 "식당은 가격을 올리면 되지만 면세점은 면세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면세업계의 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사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으로 지난 3월부터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30~40% 정도 수입이 급감했다. 업계는 임대료 인하 결정이 3분기와 하반기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제주공항 면세점은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아예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 대표들은 지난달 30일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직접 만나 한시적인 임대료 인하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은 별다른 합의점 없이 종료됐다.

정부와 공사는 임대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계약사항이기 때문에 임대료를 감면해 줄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중도 해지도 어렵다. 인천공항공사는 중도 해지에 대해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부과하고 있다. 

물론 임대료는 입찰 시 사업자가 써낸 금액이지만, 면세 업체들은 사드라는 특수 사태로 과거와는 상황이 급변한 만큼 협상 여력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면세점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임대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팽팽한 줄다리기만 지속되는 상황. 이래저래 업체들의 속만 타들어간다. 면세업체들은 입점 철회라는 초강수까지 둔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 힘겨루기의 끝이 어떻게 날지 지켜볼 일이다. 한때 상승세를 구가하던 면세업이 이 정도까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줄 누가 알았을까. 이제는 면세업이 더 많은 이익이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됐다.

정부는 최근 공실이 심각하고 영업이 잘 되지 않는 서울 일부 자치구의 임대료를 내리기로 결정하기까지 했다. 고통 분담의 의미에서 시행하는 것이다. 중소업체든 대기업이든 면세업 자체가 한 치 앞을 못 보는 수준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떨까. 어려운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한다는 의미에서 한시적 임대료 협상 안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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