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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세월호 어게인②] 그들이 들려준 믿지 못할 이야기

[특별기획-세월호 어게인②] 시신이 발견됐다

김양균 기자입력 : 2017.10.03 04:00:00 | 수정 : 2017.10.02 22:38:05

돌고 돌아 다시 세월호. 쿠키뉴스는 지난 2014년 4월 19일, 세월호 참사 3일째 하루의 기록을 전한다. ‘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도할 수 있는가’라는 현장의 요청은 3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하다. 지지부진했던 세월호 인양부터, 추가 실종자 수습까지 숨가쁘게 진행된 세월호의 파노라마는 한국 사회의 숨은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쿠키뉴스 추석 특별보도 ‘다시 보는 세월호의 참상, 세월호 어게인’은 총 세편으로 구성된다. 본 기사는 두 번째 편, ‘시신의 발견’이다. 편집자 주.

사진=김양균


2014년 4월 19일 오전 10시 진도실내체육관. 해양경찰청의 구조 상황에 대한 공식브리핑이 이뤄졌다. 책임자는 굳은 표정으로 준비해온 종이를 읽어나갔다. 브리핑은 하루 세 번, 오전 10시, 12시, 그리고 오후 2시에 이뤄진다. 해경이 읽는 내용은 현장 생중계로 전면의 전광판을 통해 동시에 방영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금일 새벽 05시50분경 민간 잠수요원이 4층 객실 부근에서 유리창을 통해 시신 3구를 발견하였으나, 부유장애물과 입수시간 제한으로 출수하였습니다….”

시신 세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실종자 가족들이 술렁였다. ‘아이 세 명이 사망했다. 누구의 아이일까. 내 아이 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내 아이는 아닐 것이다.’ 질문이 쏟아졌다. “현장(바다속)에서는 20~50센티미터도 잘 안 보인다던데, 창문을 통해서 세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은 거리가 어느 정도였고, 어떻게 발견하게 됐는지 설명을 더 추가로 부탁드립니다.” 해경이 답했다. “민간 잠수요원이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창문 가까이에서 본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게 거리가 어느 정도 된 겁니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봤다고 합니다.” “20센티미터 얘기하는 겁니까? 20센티미터 가까운 거리?” “그렇죠. 그 가까운 거리.” “20센티미터에서 세 구가 몰려있어요?” “아니, 창가에….” “그러니까 (물속에서)시선이 20센티미터밖에 안 보이는데, 애들이 다 몰려있냐고요? 20센티미터 안에?” “창문에 눈을 붙이고 안쪽을 본 거라고 합니다.” 

명확하지 않은 해경의 발표에 실종자 가족들은 거듭 질문을 쏟아냈다. “20센티미터 안에 애들 셋이 모여 있냐고요?” “그 민간 잠수요원의 진술이 그렇습니다.”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질문이 이어졌다.

“구조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실 건지요?” “현재까지는 파고가 0.5내지 1미터이고, 안개도 괜찮기 때문에 (구조 작업 조건이) 괜찮습니다. 오후부터 조금 (파고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오후 되어봐야 아는 것이고요. 저희들은 물만 정조 때가 되면 지금처럼 작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파도는요? 파도가 높아도 (물속에)들어가신다는 얘기에요?” “파도가 높더라도 아주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요. 한 2미터 되는데도 정조 때가 되면 저희들이 작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럼 지금 생존자가 없습니까?” “그건 아직 확인 중에 있습니다.” “사망자를 인양 할 겁니까? 안 할 겁니까?” “합니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역량을 다해서 신속하게 할 겁니다.”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도무지 신뢰가 가질 않는다. “항공기나 비행기의 수색범위가 어떻게 됩니까?” “정확하게 섹터 범위는 모르겠습니다만, 함정 176척이라는 것은 상당한 수색범위에 해당하고요. 항공기 같은 경우에도 헬기가 고정헬기인데 상당한 범위까지 저희들이 정해서 하고 있습니다.” 

“유속이 8km/h이면 시간당 8킬로미터인데, 그러면 그 사체가 지금 며칠(70여 시간) 됐습니까? 범위를 추론해서 수색을 해도 (사체가) 안 나오는 것 아닙니까?” 해경 책임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저희들이 아주 정밀한 표류예측시스템이라는 장비가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통해 이 지역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시간당 표류물이 어느 정도 흘러갈지를 계산하는 게 있습니다. 그걸 참고하고 저희들 경험을 참고하고, 거기에 더해서 충분한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실종자들의 구조를 다 한 상태에서 인양을 할 겁니까?” “살아계신 분들을 수색하는데 우선을 두고 만약에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저희들이 수습하는 방법이 좋은지를 전문가와 여기 계신 가족들과 상의해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할 겁니다.”

“시신 세구가 발견됐다고 방송에도 나오잖아요. 기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발견됐으면 어떻게 구조도 되겠구나’ 이런 기대를 하고 있을 거라고요. 그런데 유리를 통해서만 봤다고 그러면... 당연히 누가 보더라도 거기 세구뿐만 아니라 (시신이) 많이 있겠죠. 쓸데없는 것만 방송에 내보내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우리애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이런단 말이에요.”

사진=김양균


결국 앞에 앉아있던 여인이 울음을 터뜨렸다. 여인이 외쳤다. “빨리 내 자식 꺼내오라고. 빨리. 빨리 데리고 나와. 우리 애들 보고 싶어….” 딸이 엄마를 말린다. 말리는 딸도 울고 있다. 질문이 잦아들었다. 대다수의 실종자 가족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답답해진 아버지들은 체육관 밖에서 담배를 피운다. 그러나 이들의 눈도 붉게 젖어 있었다.

TV에서는 브리핑 내용이 반복해서 방영됐다. 해경에게 화를 내도 소용이 없다. 닦달하고 화를 내도 돌아오는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답변뿐. 상당한 수색범위, 그러나 선내 진입이나 생존자 구조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잠수부들이 찍은 영상이 있대요. 저기 앞에 전광판에서 그거 보여줬나요?” 한 실종자 어머니가 기자에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기대감도 묻어있었다. 그러나 그 ‘영상’에 대해선 금시초문이었다. ‘바다속 세월호의 영상이라니.’ 

25분 가량의 영상. 그러나 이 영상 상영 직후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만다. (계속)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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